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 검찰이 '방산비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엿새만이다. 하 사장이 납품단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방향이 집중되면서 대표이사를 사임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707/976592_20170720152317_777_0001.jpg)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20일 이사회에서 하성용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정성섭 개발부문장(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는다. KAI는 빠른 시일 내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KAI가 개발비 등 원가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과 관련해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18일에는 협력업체 5곳까지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AI가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뒷돈을 수수한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하 사장 등 경영진이 수리온, T-50, FA-50 등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하 사장은 “KAI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T-50 미국 수출과 한국형전투기(KF-X)등 대형 사업 차질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듯 T-50 미국수출과 KF-X 등 중차대한 대형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은 선진국 무기개발 과정도 그렇듯 명품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원만히 해결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비자금 조성 등 일련의 혐의와 맞물려 2013년 5월 사장에 취임했다가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한 하 대표의 '연임 로비' 가능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