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던 '내부고발자' 김광호 전 현대차 품질담당 부장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부장 변호인 측은 김 전 부장이 세상에 알린 현대차 내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국토교통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가 리콜 명령을 내리는 등에 대한 공익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4일 현대차로부터 업무상 배임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영업 비밀누설 등)로 피소된 김 전 부장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 전 부장은 지난해 8월 미국 NHTSA를 방문해 '세타Ⅱ엔진' 등 결함의심 사안 10건에 대해 제보했다. 또 언론지 상에도 같은 내용을 제보하는 등 공익제보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NHTSA와 언론은 국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인정하는 신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전 부장은 공익제보자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결함의심 사안 32건을 공익 제보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26일 수원지검에 김 전 부장을 업무상 배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내부 정보를 유출해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 11월 2일에는 김 전 부장을 해고하고, 비밀정보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올 초 국민권익위원회는 김 전 부장 기밀 유출이 공익적 제보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에 복직을 요구했다. 김 전 부장은 지난 4월 현대차로 복직했지만, 한 달여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경찰에 김 전 부장에 대해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닌 탓에 김 전 부장에 대한 수사를 지속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올해 2월 경기 용인시 소재 김 전 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6월에는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유출한 자료 중 일부에서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5부로 넘겼다.
검찰 측은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소환 조사 결과, 김 전 부장이 현대차 영업 비밀을 경쟁사에 유출한 증거가 없고, 업무상 필요에 의해 회사 내 각 부서 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인정해 배임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내부 자료를 취득했고, 경쟁사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사용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전 부장 법적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이번 무죄 처분으로 김 전 부장의 제보가 공익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남덕희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김 전 부장은 장기적인 회사 발전과 고객들의 안전운행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공익제보를 했고, 32건 공익제보 중 17건에 대해 리콜 또는 수리권고라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