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쉬운 접근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정관념'은 무엇일까? 주위에서 흔하게 듣고 말하는 단어지만 그 뜻을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정관념을 제대로 알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쉬워지지 않을까? 지금부터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자.
◇익숙함을 추구하는 '패턴박스'
인간의 뇌는 게으르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뇌가 가진 특징이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의 두 가지 생각체계를 소개했다. 패턴박스에 갇힌 '빠른 생각'과 패턴박스를 깨부순 '느린 생각'이다. '선풍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날개, 혹은 시원한 바람이라고 대답한다. 이것이 빠른 생각이다. 질문을 받고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생각이다.
반면 패턴박스를 깨고 느린 생각으로 태어난 선풍기가 있다. 날개 없는 선풍기 다이슨이다. '왜 선풍기에 날개가 필요할까'라는 느린 생각으로 대박상품을 만들었다. 신일 아기바람 선풍기도 좋은 예다. '선풍기는 정말 시원할수록 좋은 걸까'라는 느린 생각으로 아기들을 위한 초초미풍 선풍기를 출시했고 신생아부터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필수제품이 됐다.
◇경험에서 얻은 지식으로 움직이는 '경험박스'
인간의 뇌는 경험으로 얻어진 지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한다. 그래서 그 경험이 우리의 사고를 편협하고 경직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코끼리의 '학습된 무기력'이 대표적인 예다. 포유류 중 덩치가 가장 큰 코끼리를 묶어놓는 장치는 뭘까? 놀랍게도 가는 줄과 작은 말뚝이다. 코끼리는 새끼 때부터 발목에 줄을 감고 말뚝에 매어져 훈련을 받는다. 말뚝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할 때마다 조련사가 체벌을 가한다. 이런 경험이 수차례 반복되면 어른이 되어 덩치가 커져도 코끼리는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 한번만 힘을 쓰면 손쉽게 뽑힐 말뚝에 평생을 매어 사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고에 갇히는 '부정박스'
인간의 뇌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진다. 부정박스에 관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우리 안에 몇 마리의 원숭이를 넣고 천장에 잘 익은 바나나를 매달아 놓았다. 원숭이들이 바나나를 향해 달려들었고 갑자기 차가운 물벼락이 쏟아졌다. 놀란 원숭이들은 당황했지만 조금 후 다시 바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또 다시 쏟아지는 차가운 물벼락. 이후부터는 아무도 바나나를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다. 우리 안의 원숭이 한 마리를 꺼내고 새로운 원숭이를 넣었다. 새로 들어간 원숭이가 바나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이때 기존의 원숭이들이 새 원숭이를 말렸다. 한 마리, 두 마리… 우리 안의 원숭이가 새로운 원숭이로 바뀔 때 마다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결국, 실제 물벼락을 맞아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향해 달려들지 않았다. 우리 안 원숭이가 사람과 닮아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쉽게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3단계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지금부터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필요한 주제 하나를 떠올려라. 만약 새로운 형태의 서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1단계, 서점에 대한 고정관념을 샅샅이 찾는다. 서점에는 책이 가득 쌓여있다. 없는 책도 많다. 품절이 된 책은 구할 수 없다 등등 실제 이 과정을 거쳐보면 놀랍게도 100개 이상의 고정관념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2단계, 찾아낸 고정관념 중 가장 바꿔보고 싶은 것 2~3개를 뽑는다. 3단계, 뽑아낸 고정관념을 무조건 뒤집는다. 이때 말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서점에는 책이 가득 쌓여있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면 '서점에는 책이 없다'가 될 것이다. '없는 책도 많다'를 뒤집으면 '없는 책이 없다'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서로 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개의치 말고 과감히 뒤집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다 뒤집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충족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본다. 어떤 서점을 상상하고 있는가? 책이 하나도 없지만 없는 책이 없는 서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 해답이 궁금하다면 검색창에 '책이 없는 서점'을 검색해보라.
고정관념을 깨는 3단계 프로세스는 3가지 장점이 있다. 먼저 평상시 생각해보지 않았던 고정관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이 존재했는지 알게 된다. 두 번째로는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기존의 제품, 서비스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적용이 쉽다. 각 단계를 따라가면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생각을 떠올리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부터라도 고정관념을 깨는 3단계를 연습해보라. 머지않아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지 경험하게 될 테니까.
공동기획:비즈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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