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노조, 파업 멈추고 대화 나선다

국내외 판매 부진으로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가 노조가 파업을 잠시 미루고 대화에 나선다. 노조가 파업을 결정한 이후 사측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파업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마산항 수출부두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쉐보레 스파크.
마산항 수출부두에서 선적을 대기하고 있는 쉐보레 스파크.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가결했지만, 이달 31일 여름 휴가 전까지 파업 없이 집중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성과급 지난해 순이익 30% 지급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65세 연장 △주간 연속 2교대제 8시간+8시간 근무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일 재개된 21차 교섭에서 휴가 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휴가 중에도 실무교섭을 계속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기아차 노조도 일단 파업을 보류했다. 기아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주요 요구안은 기본급 15만4883원 △성과급 지난해 영업이익 30% 지급 △해고자 복직 및 고소, 고발 철회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등이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올해 파업 찬성률은 재적 대비 각각 65.9%, 72.1%로 지난해 85.5%, 84.2%보다 크게 낮아졌다. 조합원들이 회사의 경영 위기에 대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 인상이 쟁점이 되는 교섭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올해는 경영 실적을 고려한 교섭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의 파업은 임금 인상보다 고용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조는 사측에 미래 발전 방안을 제시해 불안한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누적 순손실이 2조원에 이르는 한국지엠은 최근 제임스 김 사장까지 사임하면서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향후 신차 생산 계획 등을 포함한 미래 발전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즉시 노조와 재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난항이 예상된다. 그동안 노조가 사측의 입장을 많이 수용한 만큼 올해 임단협은 쉽게 물러설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점을 들어 기본급 15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사 모두 올해도 대화를 통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분규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사 모두 회사가 잘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 올해 협상도 잘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