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1990년대 중반 들어와 경영 혁신에 나섰다. 수년 동안 지속된 실적 상승세가 한풀 꺾인 시점이다. 당시 나이키는 일본 게임 업체 닌텐도를 반드시 넘어야 할 경쟁사로 지목했다. 닌텐도가 최신 게임 콘텐츠로 나이키의 핵심 고객층인 '청소년'을 가져갔다고 판단했다.
케빈 플랭크 언더아머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라이벌로 꼽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제품이 쏟아지는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그동안 경계를 넘는 초시장(超市場)성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었다.
유통가에서도 업종 간 경계가 아주 낮아졌다. 유사 유통업체 간 경쟁만 하는 시대는 끝나 간다.
과거 공산품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거래 상품은 여행, 호텔 숙박권 등 무형 서비스에서부터 정육·생선·채소 등 신선식품으로까지 확대됐다. 여행사나 대형마트,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편하게 원하는 상품을 주문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의 사업 확대는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를 위협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온라인·모바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마트와 쿠팡이 지난해 벌인 최저가 전쟁을 대표로 들 수 있다. TV홈쇼핑과 가전양판점도 속속 비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충에 나섰다. 온·오프라인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고객 쟁탈전이 더욱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딥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유통업계에 새로운 경쟁을 촉발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IoT, AI, 빅데이터 등 기술 부문의 연구개발(R&D)을 강화했다. 큐레이션 서비스, 가상현실(VR) 매장, 챗봇 상담원 등을 선보였다. 수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한 드론 배송, 무인 편의점도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 사업자는 가전 제조사, 이동통신사와의 연합전선도 구축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서비스 없이는 미래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T는 온라인 쇼핑을 신규 서비스로 적용한 IoT 기기를 속속 출시하며 구매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용자 목소리를 알아듣는 AI 기반의 음성 인식 냉장고를 선보였다. 간편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를 탑재, 음성 명령으로 간편하게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온라인 쇼핑 사업자와 삼성전자가 쇼핑 시장에서 맞붙게 된 셈이다.
온라인 쇼핑이 단순히 최저가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제로섬 게임만으로는 똑똑한 소비자를 잡아둘 수 없다. 일시 할인이나 최저가는 '체리피커족'만 유치할 뿐 근본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시장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기술 중심의 유통 산업에서는 누가 먼저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온라인 유통 시장의 주도권은 가격에서 상품으로, 다시 기술로 무게를 옮겼다.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쇼핑 서비스를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 성장을 이루기 위한 신기술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