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공공기관에 입주한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최근 반가운 소식 하나를 들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새로 지어진 기업지원허브 입주 신청이 통과됐다는 공문을 받았다. 수십대 1의 경쟁을 물리친 결과다. 직원 10여명이 작은 방 하나에 칸막이도 없이 일에 몰두하던 데서 작은 공간이나마 확보했다는 데 기쁨이 몰려 왔다. 기쁜 마음에 차를 몰고 판교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허브를 방문한 순간 걱정이 앞섰다. 아직 주변은 여전히 공사가 계속되고 있어서 혼잡한 데다 대중교통 이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희망을 키워드로 애써 잡아둔 직원들이 불편한 교통을 이유로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A사 대표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을 붙잡기 위해 대중교통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판교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허브에 8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주변 대중교통이 턱없이 부족, 가뜩이나 힘든 판교역 출근 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지원허브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에 조성되고 있는 판교창조경제밸리에 세워질 첫 건축물이다. 부지 2만3000㎡(7000평)에 연면적 7만9000㎡ 규모다. 지상 8층~지하 2층 빌딩으로, 2000여명이 근무할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가 안정 창업 및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공공이 저렴한 업무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선 창업 컨설팅과 교육, 공용 테스트장비, 오픈 랩, 소프트웨어(SW) 등 창업 지원 기능·시설을 집적한 국내 최대 창업 지원 클러스터를 내걸었다. 그야말로 창업 종합 지원 센터다.
◇8월 말 입주 시작 교통·생활난 우려
기업지원허브 입주는 8월 말부터 시작된다. 8월 말 300여명이 우선 입주하고, 200여개 스타트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순차 상주하게 된다.
LH공사 관계자는 “8월 말부터 입주를 순차 시작, 10월이면 대부분 기업과 공공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라면서 “준공은 11월 예정”이라고 밝혔다.
LH공사에 따르면 8월 말부터 일부 기업을 시작으로 입주가 시작된다. 그러나 주변 대중교통은 물론 음식점 등 생활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주변 1㎞ 반경 안에 지하철이 없는 것은 물론 버스정류장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그나마 주변에 신분당선과 경강선이 교차하는 판교역이 있지만 기업지원허브까지 거리가 3.44㎞에 이른다. 성인 걸음으로도 1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성남시 관계자는 “성남시 차원에서 8월부터 기존의 판교역과 판교테크노밸리 간에 운행되는 버스 노선 가운데 하나를 8월부터 이곳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조차도 이 대책이 출퇴근 지원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오전 8~9시 1시간 동안 분당선과 경강선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대략 7000명이다. 이 시간대의 버스 수송 인원은 기껏해야 40%”라면서 “나머지는 자전거, 도보, 회사 차량 등으로 해소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힘겨운 기존의 판교테크노밸리 교통 상황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판교역 부근은 출근시간 때면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서 모인 판교 출근 직장인들로 인해 혼잡도 최고조에 달한다”면서 “판교창조경제밸리 입주가 본격화되면 대중교통 이용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판교에는 2015년 기준 1121개 기업 7만2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년 기업과 직장인 유입이 늘면서 대중교통은 골칫거리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6월 본지 조사에서도 판교 직장인 응답자의 42.8%가 출퇴근 시 대중교통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판교역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가 출퇴근 시간대에 시간당 3000여명을 실어 나르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원허브 출퇴근 직원까지 더하면 버스로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공공기관에 설치된 공공시험설비 등을 이용하는 수요와 기업 방문객까지 고려하면 기업지원허브센터 입주 주차장이나 대중교통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주변 생활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주변에는 판교창조경제밸리 공사가 아직도 한창이어서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생활주변시설은 들어서지도 않았다. 기업지원허브에 생활주변시설 입주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준공이 이뤄지는 10월 말에 본격 들어설 예정이다.
기업지원허브 입주 기업 종사자들은 당장 식사를 위해선 기존의 판교테크노밸리 부근을 찾아가야 한다.
◇판교창조경제밸리 전체 가동 땐 문제 더 심각
판교창조경제밸리는 2020년 완공이 목표다. 앞으로 3년 안에 단지 전체의 입주가 본격화된다. 3만여명의 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 입주가 시작된다. 여기에다 주변에 거주자를 위한 아파트까지 세워질 경우 교통난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도가 판교창조경제밸리를 공해 없는 제로시티로 추진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만약 화석연료 차량 통제에 나설 경우 전기자동차와 수소차 등 첨단 친환경 차량 이외에는 통행할 수 없게 된다. 대중교통을 실어나르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나 택시와 자가용 운행이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이나 생활 여건 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기업이 안심하고 일자리 만들기에 나설 수 있다”면서 “대중교통 확충과 함께 교통 통행 제한 조치도 현실에서 가능한 한 시기가 무르익을 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