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다. 과거 모든 정부에서 일자리 문제가 중요했지만 특히 이번 정부 들어 그 중요성은 더 커진 것 같다. 먼저 몇 가지 지표로 일자리 문제를 진단해 보자.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은 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전체 고용률 또한 66.1%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지만 점차 개선,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했다. 경제 활동 참가율 역시 68.7%로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일까.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2016년 말 기준 20대 실업률은 9.8%로 지속해서 높아졌다. 고용률 역시 58.3%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다.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실제로 2016년 기준 대졸자 취업률은 67.5%에 불과하다. 20대 일자리는 양 못지않게 질도 문제다. 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29세 미만의 한국 청년 구직 포기 비율은 18.0%로 OECD 평균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특히 고등 교육 이수자의 구직 포기 비율이 24.8%로 전체 구직자 포기 비율보다 높은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다시 짚어 보면 우리나라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20대다.
어떻게 하면 20대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발 창업 활성화가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의 기존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창업기업 육성은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2~2011년 10년 동안 창업 후 5년 이내 기업이 신규 고용을 주도하며 일자리 순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에 6년 이상 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도 창업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청년 창업(20대)은 4.6%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대학교 재학 때 창업을 경험했다. 2016년 기준 174개 유니콘 기업(상장 전 시가 총액 1조원 이상) 창업자들의 창업 당시 평균 나이는 32세다. 미국과 중국의 우수한 대학생들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부분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란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 대학생 창업기업 수는 연간 400개 안팎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면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청년이 도전 정신으로 과감하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실속 있는 대학 창업 지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선도대학 사업이 대학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생 창업가 지원 비중은 20%, 연간 120억원 안팎으로 300명 남짓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간 16만명의 대학생 창업가를 육성하는 중국을 보면 위기감을 느낀다. 대학발 창업 지원 예산을 확대하되 좀 더 고도화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우선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규모 창업 자금을 지원, 더 많은 대학생이 스타트업을 통해 창업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발 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학 교원이 학생 창업을 응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교수가 학생의 창업을 응원하는 것이 국제과학논문색인(SCI)에 실린 논문보다 높은 업적 평가를 받는다면 교수는 학생 창업을 지원할 것이며, 본인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은 지난 6년 동안 7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창업에 도전, 2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대기업을 마다하고 선배 창업기업에 입사하고 있다. 한 교직원은 창업에 성공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벌써 30개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 국가 건설'을 국정 과제의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시작점에서 대학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부 교수 khjsusok@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