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접하는 용접을 이용해 금속 3D프린팅 난제인 속도와 출력물 크기 문제가 해결됐다.
스타트업 5000도씨(대표 옥은택)는 와이어 용융 제조(WAAM) 방식을 이용한 3D프린터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프린터는 자동화 공정에 있는 로봇팔처럼 생겼다. 로봇팔에 아크 용접기를 덧댄 노즐을 부착했다. 금속 와이어를 고온으로 녹이지 않고 와이어 끝부분이 바닥이나 출력물에 닿을 때 불꽃이 일면서 녹는 방식이다. 노즐에서 금속 와이어를 녹이려면 섭씨 2000도에 달하는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크 용접을 적용한 이유다. 가스는 아르곤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발화 문제를 해결했다.
옥은택 5000도씨 대표는 “130년이 넘어 안정화된 용접 기술을 3D프린팅과 접목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WAAM은 레이저 소결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3배 가량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레이저 소결방식은 레이저로 금속분말을 순간적으로 녹이고 굳혀 조형한다. 레이저가 가느다란 선 형태라 정밀도는 높지만 출력 속도가 느리다.
반면 와이어 용융 제조방식은 한 변 길이가 100㎜ 정육면체 상자를 출력하는 데 40분 남짓 걸린다. 출력과정은 가열성 수지를 이용한 용융적층(FDM) 방식과 유사하다.
박스 내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로봇팔이 움직이는 범위까지 출력물 크기를 키울 수 있다. 고속 조형으로 대형 출력에 적합하다. 현재 최대 가로×세로×높이, 1m×1m×1m까지 가능하다. 개방된 공간에서 크기에 제약 없이 로봇팔이 닿는 범위까지 출력하는 셈이다. 로봇팔 크기에 따라 한 변을 2~3m까지 늘릴 수 있다. 대형 금속 조형물 제작, 금속 3D프린팅 교육, 대형 금속 제품 제작 등 활용도가 높다.
사용 재질은 철과 스테인리스, 알루미늄이다. 금속 와이어는 5000도씨가 직접 공급한다. 검증이 끝나면 기존 판매 중인 일반 와이어를 써도 된다. 재료 구입 부담을 줄였다.
본격 출시는 10월이다. 3축 로봇을 이용한 보급형 프린터로 가격은 1000만원대다.
5000도씨는 다양한 형태로 출력 가능한 6축 로봇 3D프린터는 12월에 출시한다. 해외시장은 내년 6축 제품을 주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옥 대표는 “WAAM은 용접기술로 표면이 거칠지만 적층 속도가 빠르고 재료비도 저렴한 게 장점”이라면서 “정밀 시장보다는 대형 출력물, 간단한 철제 가구나 기구 제작 용도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