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0%를 웃돈다.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을 내는 건 아마도 증세 논쟁이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만 오판하면 배는 뒤집힌다. 역풍이 불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증세를 당연시하는 접근은 위험하다.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 지난날의 연말 정산 파동, 담뱃값 인상,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교훈으로 남는다. 당시 정부·여당은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증세 논쟁은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법인세 인상 카드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나라들이 단계별로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초대기업에 한해 핀셋증세를 한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상당수 경영자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법인세 인하 추세는 해외 기업 유치 및 외국인 직접 투자 확대를 위한 조건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외국 기업에 열려 있는 코리아가 돼야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주는 대신 인금 인상과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사내 유보금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 세금은 점진 인하가 필요하다. 특히 명목세율 인상은 차선의 선택이다. 비과세 감면 혜택 재정비와 탈루 세액 차단을 통해 조세 행정의 공정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가계도 마찬가지다. 월급에서 세금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몇 퍼센트나 될까. 급여 명세서를 받아 보면 적잖은 금액이 국가 곳간으로 들어간다. 소득세, 지방소득세뿐만 아니라 의료보험·국민연금 등 준조세 성격을 띠는 항목도 여럿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조세 지출은 늘고 있다. 지난해 가계가 세금을 내는 데 쓴 조세지출액은 200만원에 육박했다.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역시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조세부담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19.7% 추정치가 나온다. 국가에 내는 세금에다 은행에 내는 이자는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소득 주도 성장.'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다. 실행 계획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에는 박수를 보낸다. 아쉬운 부분은 가계 정책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이 힘을 받기 위해선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통장 수입은 늘어나고 지출은 줄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이 같은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제거해야 한다. 가계 부채 1400조원 시대다. 전체 가구 가운데 70%가 원리금 갚는데 부담을 느낀다. 금리 인하 유도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됐다. 올 상반기 6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한 은행권이 표정 관리에 들어간 반면에 10가구 가운데 7가구는 주름이 늘어날 것이다.
증세는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고, 세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인위의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기업이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영 환경 마련과 규제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임금은 올리고 세금은 내려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의 단순 조세부담률 비교는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는 결과다. 부자 증세와 서민 감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체감 조세 지수를 낮추는 것이다. 증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면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7일(한국시간) 국정 수행 지지율은 각각 42%, 35% 기록했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