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청소는 나와 상관없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해도 내 방과 거실은 깨끗했다. 집에는 늘 어머니가 계셨다. 결혼 후 달라졌다. 바닥 청소는 내 몫이다. 이틀만 신경 안 써도 바닥이 버석거린다. 미세먼지 때문에 더 심해진다. 퇴근 후 진공청소기를 돌리려니 층간 소음이 걸린다.
그래서 최근 유진로봇 로봇청소기를 사용해봤다. 청소기는 마블 아이언맨과 스타워즈 알투디투 캐릭터를 입힌 모델 두 가지다. 취향 저격인 아이언맨을 골랐다. 둥근 모양은 다른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빨간색과 금색만으로도 아이언맨 같다. 혹시나 못 알아볼까봐 중앙 하단에 아이언맨 얼굴을 붙여놨다.
생각보다 사용법은 쉽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아이클레보 아이언맨' 앱을 내려받고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된다. 연결은 블루투스를 이용한다. 1회 등록만 해놓으면 앱을 실행할 때마다 자동 연결된다. 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도 아이언맨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청소기 연결음이나 작동음이 영락없이 아이언맨이다. 청소하다 말고 아이언맨으로 변신할 듯하다.
요긴한 기능은 예약이다. 앱으로 청소 시간을 예약할 수 있다. 요일별로 특정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평일은 출근 이후 시간에 작동하도록 설정했다. 퇴근하면 아이언맨은 도킹스테이션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니 청소를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제대로 청소하는지 확인하려고 군데군데 작은 종이쪼가리를 흘려놨더니 말끔히 사라졌다. 도톰한 어린이용 매트 위도 깨끗하다. 소파 밑 쌓인 먼지도 사라졌다.
평일엔 주로 내비와 문턱 기능을 사용했다. 내비는 빈틈 없이 청소하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다. 아이언맨 상단에 있는 카메라가 천장을 인식해 빼먹지 않고 청소한다. 바닥에 매트가 있으면 문턱 넘기 기능을 켜두면 된다. 2cm 이하 문턱이나 매트는 곧잘 넘어간다. 우리집 문턱은 높아서 거실 청소만 맡겼다. 추락 위험이 있는 곳은 진입방지 테이프를 붙여놓으면 된다.
주말에는 맥스 기능이 제격이다. 가로, 세로로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청소한다. 배터리를 다 쓸 때까지 돌아다닌다. 충전이 필요하면 자동으로 도킹스테이션을 찾아간다. 청소 도중 충전 기능을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진공청소만으로 부족할 때는 물걸레질도 가능하다. 동봉한 초극세사 패드를 물에 적신 뒤 청소기 하단 뒤쪽에 붙이면 된다. 앞에서 브러시가 먼지를 쓸어 담고 뒤에서 걸레질 하는 방식이다. 한 바퀴 돌고 나면 패드에 고운 먼지가 꽤 묻어난다. 미세먼지는 진공청소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대신 패드를 붙이면 문턱넘기 기능은 쓸 수 없다. 걸레 기능은 따로 설정할 필요 없다. 패드를 부착하면 자동 인식한다.
물론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만큼 똑똑하지는 않다. 매트 바닥이 떠 있으면 전면 회전 브러시가 가끔 걸려 넘어가지 못한다. 옷이나 수건이 바닥에 있으면 빨아들이다 옴짝달싹 못할 때도 있다. 라이선스 비용이 반영돼 착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만족도는 일반 로봇청소기에 비해 더 높다. 청소기 같지 않아서다. 마치 키덜트 상품 하나를 거실에 둔 느낌이다. 딸아이가 “아이언맨 청소해”라며 쫓아다닌다. 우리 집에 놀러온 손 아래 동서도 마음을 뺏겼다.
어느새 청소가 작은 즐거움이 됐다. 아이언맨을 작동시켜 명령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캐릭터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로봇청소기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추천한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