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LG디스플레이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사로 선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제2 공급사 지위 및 연간 공급 물량에 합의했다. 최근 발표한 파주 신공장 P10 내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투자도 이에 따른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가 애플 OLED 공급사로 선정되면서 양사가 공급 물량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5일 개최한 이사회 이전까지 애플과 협상을 거듭한 끝에 플렉시블 OLED 공급 자격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E6 1만5000장 외에 추가로 P10에 월 3만장 규모의 설비를 새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와 8세대 OLED에도 동시 투자하는 만큼 빠듯한 자금 상황을 고려, 선 투자금을 받아 설비를 마련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양사는 애플이 지불할 선 투자금 규모, 지원 조건 등과 관련해 막판 협상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애플과 줄다리기를 거듭하며 플렉시블 OLED 공급을 논의해 왔다. 플렉시블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고객사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에 수조원이 드는 만큼 생산 규모 등과 같은 문제를 고객사와 합의해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6세대 플렉시블 OLED의 월 4만5000장 생산 규모를 스마트폰 6인치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5346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수율을 60%로 낮춰 잡아도 연간 약 3207만대 OLED 아이폰을 만들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은 물량 공급에 합의하고 현재 선 투자금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장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으면 설비 투자 부담은 줄어들지만 공급 단가가 낮아져서 이익률이 줄어드는 부담을 져야 한다.
애플과 연간 공급 물량에 합의하고 설비 투자를 시작했지만 반드시 일정 규모를 애플이 구매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이폰 판매가 예상에 못미처 패널 공급량이 줄면 나머지 물량에 해당하는 금액은 LG디스플레이가 보상해야 한다. 패널 제조사는 선 투자비 지원이 마냥 달가울 리 없다.
다만 과거 LCD 설비 투자를 받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할 수 있는 잠재 공급사가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LG디스플레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LCD 공급 체결 당시에는 쟁쟁한 LCD 경쟁사가 많아 LG디스플레이 외에 대안이 많았다. 대규모 장기 공급을 따내기 위해서는 다른 LCD 제조사와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플렉시블 OLED 시장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중국 BOE가 양산과 설비 확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실제 양산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제2 공급사 지위를 놓고 자웅을 겨룰 경쟁자가 없다. 반면에 애플은 멀티 벤더 구조를 갖춰 공급사 간 경쟁 체계를 갖춰야 하는 만큼 제2 공급사 선정이 절실한 실정이다. 과거와 달리 수요자 위주 계약이 이뤄지기 힘든 이유다.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총 월 4만5000장 투자를 결정한 것은 추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실제 애플 요구보다 보수 입장에서 산정한 규모일 것”이라면서 “연간 설비 투자가 3조~4조원에서 7조~8조원 수준으로 급증하는 만큼 늘어난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양사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선 투자 조건과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애플 공급사 확정과 관련해 “고객사 관련 정보는 알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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