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안과 변수가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처는 바로 산업통상자원부다. 산업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결론 나든 국가 에너지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라는 책무를 짊어지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놓고 곧 시작될 미국과의 줄다리기도 무거운 과제다. 여기에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산업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까지 요구받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 같은 미션을 부여받고 취임한 백운규 장관과 산업부 공무원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 과장급 이상 직원 전원이 참석한 연찬회가 지난 29일 열렸다. 백 장관을 비롯한 150여명의 간부들은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원전을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 정책 방향과 4차 산업혁명,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방향 등을 논의했다.
연찬회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의 따끔한 질책과 변화를 요구하는 조언이 이어졌다. 분과별 토론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새로운 정책방향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이번 연찬회는 새로운 장관이 취임하면 통상 진행하던 이전 행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성장이 주도해 온 경제정책이 소득과 분배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와중에 산업부가 어떻게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연찬회는 강의와 토론이 중심이 되는 깊이 있는 연구모임을 뜻한다. 이날 연찬회에서 산업부가 실물경제 주무부처로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정책이 도출됐기를 기대한다. 함께 연구하고 힘을 모으는 공무원들에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비단 산업부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모두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