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이 자기공명영상(MRI)의 양성조영제와 음성조영제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고성능 조영제를 개발했다. 원숭이 대상의 전 임상 실험에도 성공, 곧 상용화될 전망이다.
IBS는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 최승홍 연구위원팀이 중국 안후이성의 한 병원과 함께 산화철 나노 입자를 이용, 여러 상황에 대응해 고성능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조영제를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조영제는 MRI와 같은 영상 장비로 조직 및 혈관을 더욱 명확하게 관찰하기 위해 체내에 투여하는 물질이다. 장비 신호를 흡수하거나 투과시켜서 주변 영역과 대비시킨다.
종류는 양성조영제와 음성조영제 두 가지가 있다. 양성조영제는 내부의 홀전자(짝 지어지지 않은 전자)가 물과 반응, 주변을 밝게 보이게 한다. 이 때문에 양성조영제로 불린다. 반면에 음성조영제는 작용 부위를 어둡게 만든다.
주로 쓰이는 것은 양성조영제다. 촬영 활용도가 높다. 그러나 소재로 주로 쓰이는 가돌리늄(희토류 원소의 일종)은 체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장시간 고해상도 촬영이 어렵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신장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 전신성 섬유종을 유발할 수 있다. 전신성 섬유종은 상·하지 말단의 부종, 관절운동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산화철 기반의 조영제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큰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이 음성조영제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산화철 나노 입자의 크기와 형태를 변화시켜서 양성·음성 조영제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산화철 내부에도 홀전자가 존재하는 것에서 착안, 두 가지 조영제의 특성을 발휘하는 최적의 구조를 형성했다.
조영 효과 향상으로 뇌 혈관, 뇌관류 영상 촬영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원숭이·개와 같은 큰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독성이 없다는 것도 입증했다.
현택환 연구단장은 “양성과 음성 조영제 역할을 모두 수행해서 성능을 대폭 높인 조영제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국내 최초로 영장류 실험에도 성공, 안정성도 입증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