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음료 업체들이 해외사업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베트남을 꼽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하자 차세대 시장으로 베트남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인구 세계 15위면서 빠른 경제성장률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성장률 역시 연평균 6%대로 높아 해당 업체들은 베트남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 공략에 가장 공격적인 기업은 롯데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현재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면세점 등 10여개 롯데 계열사가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서 1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은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20억원 매출을 올렸다. 롯데마트의 베트남 매출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148% 성장했다. 가장 직접적인 중국 사드보복을 받고 있는 롯데마트로서는 베트남 시장이 매력적이다.
그룹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주일에 2회 이상 재판을 받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난달 24일 직접 베트남을 찾았다.
신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롯데센터하노이'와 '롯데마트 동다점' 등을 방문하고 응웬 득 중 하노이 인민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가 진행하고 있는 '롯데몰 하노이'에 대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는 하노이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롯데몰 하노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노이시 인근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롯데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들어선다.
지난 6월에는 베트남인들에게 유통·서비스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유통 사관학교'를 설립했다.
중국 사업 완전 철수를 선언한 이마트도 베트남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15년 12월 베트남 1호점으로 문을 연 고밥점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3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시와 투자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2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20년까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고, 호찌민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베트남시장 확대에 나선다.
최근에는 베트남 2호점 개장을 위해 호치민에 부지를 매입하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오픈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 CGV 등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CJ그룹도 이재현 회장 경영 복귀 후 베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와 올해 킴앤킴, 까우제,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한 CJ제일제당은 7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 및 식품 제조혁신을 위한 최첨단 통합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인수한 3개사의 물리적 통합이 아닌 차별화된 연구개발(R&D) 및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2020년 베트남 시장에서 매출 7000억원을 달성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K-푸드'와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2007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해 현재 34개 직영점을 운영하며 현지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을 전략적 공략 대상으로 꼽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홈쇼핑을 통해 베트남에서 영업 중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2월 베트남 국영방송사 VTV와 손잡고 'VTV현대홈쇼핑'을 개국했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1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탈 차이나' 플랜을 빠르게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베트남이 중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