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사이트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대기업 스타트업 투자 건수가 확인된 것만 모비두(삼성넥스트)와 메쉬코리아(네이버), 베스핀글로벌(효성ITX) 등 7월 한 달에만 12건에 이른다. 모비두는 7월 한 달에만 두 번이나 투자 유치성과를 발표했다. 올 상반기 20건 남짓으로 주춤하다 하반기 들어 크게 늘었다. 한 달 내 결정된 투자액만 430억원이 넘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벤처부 설립 등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관련 지원 정책이 강화된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분석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가장 활발한 기업은 네이버다. 올해 6건으로 가장 많다. 계열사인 네이버디투스타트업팩토리와 네이버랩, 라인게임즈, 라인플러스까지 더하면 12건이다. 올 한해 발표한 스타트업 투자액도 300억원이 넘는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투자 500억원과 비공개 투자 건까지 더하면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국내투자는 주로 삼성벤처투자가 맡는다. 올해도 클래스팅과 아티스티, 파이언스 등에 투자했다.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를 맡고 있는 삼성넥스트(구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가 국내 스타트업인 모비두에 투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넥스트는 롯데멤버스, 캡스톤파트너스 등과 공동 투자하는 형태지만 삼성넥스트가 국내 투자를 결정한 것은 모비두가 처음이다. 모비두를 시작으로 국내 투자를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대해 중소벤처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넥스트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로 방향을 돌린 것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5년 카카오가 600여억원에 인수한 김기사 이후로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우리 산업계에 삼성 비중과 역할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가 중요한 모멘텀이 돼 다른 대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관련 제도 보완과 인센티브 마련 등을 적극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은 선순환 벤처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수기업에 법인세 공제율 확대 같은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안 회장은 “대기업 참여로 투자회수 시장이 활성화 돼 국내에서도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배출되길 바란다”면서 “벤처협회에서도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현황>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