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투병 끝에 지난 2015년 작고한 전통예술계 대표 인물 사진실 교수가 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최근 발간된 사진실 교수 저작집 '전통연희 시리즈(태학사)' 9권은 고인의 생각은 물론 한국 전통공연문화 역사와 미래를 담아낸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고(故) 사진실 교수는 1965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민속 및 궁정문화를 아우르는 연극사·공연문화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전통공연계 명사'다. 특히 △중앙대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교수 및 음악극연구소장 △버클리대 한국학센터 객원연구원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연기획사 '꿈꾸는 산대' 설립자 등 이력에서 보듯 한국 전통연희에 근간을 둔 혁신적 예술공연의 길을 연 '전통연희 연구방법론' 정립자이자 공연기획자로 유명하다.
현재 그녀의 노력은 △연극 '이(爾)'와 영화 '왕의 남자' 등의 대중예술 △국립국악원의 산대공연 '산대희(山臺戱)' '만화방창(萬化方暢)' 등으로 이어지면서 명실공히 '한국 전통공연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연희 시리즈는 사 교수의 남편인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가 발간을 제안하고, 대학 1년 후배인 최원오 광주교육대 교수가 편찬한 책으로, 생전 그녀가 저서와 연구논문, 평론 등에서 명확하게 밝혀왔던 전통공연문화의 지속과 변화에 대해 총 9권의 책으로 설명한다.
먼저 1권 '한국연극사 연구'와 2권 '공연문화의 전통 樂·戱·劇', 4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성장', 5권 '전통연희의 전승과 근대극' 등은 고려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전통연희의 변천사를 저술한 부분이다. 특히 1권과 2권은 생전 사 교수의 저작을 새롭게 개편한 것으로, 조선시대 화극과 서울지역 연극을 다룬 사 교수의 석·박사 논문을 중심으로 한 한국전통연극 통사와 악(樂)·희(戱)·극(劇) 등을 기준으로 바라본 한국연극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3권 '조선시대 공연공간과 공간미학'과 6권 '봉래산 솟았으니 해와 달이 한가롭네-왕실의 연희축제'는 각각 전통연희가 펼쳐지는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와 왕실 전통연희 등을 소개하는 일반 교양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7권 '융합형 공연제작실습 교육을 위한 전통연희 매뉴얼', 8권 '융합형 교육을 위한 공연문화유산답사 매뉴얼'은 전통연희의 이론적 기초와 실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면서, 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장려하는 수업자료집으로서 가치가 높은 부분이다.
9권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다'는 전통연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궁궐 공연 복원과 창작으로서의 '왕의 남자' △연경당과 왕실축제의 복원 △인문학과 공연 △'한양낭군 길들이기' 저자의 창작물과 공연 등은 물론 광대와 왕의 이야기·궁궐공연·산대놀이·선유놀음 등이 흥미롭게 기록돼 있다.

최원오 광주교육대 교수는 “사진실 교수는 전통연희 전문연구자이자 실천가로서의 삶을 천명으로 생각했던 사람으로 그녀의 업적과 행보는 공연문화를 연구하는 후학이나 전통예술인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그녀의 학문적 성과와 실천적 의도를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쪼록 이 저작집을 발판 삼아 사 교수가 꿈꾸었던 학문적 여정을 뒤이을 연구자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주형철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사진실 교수는 묵직한 학문적 업적과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자신의 천부적 재능과 꿈꾸던 일들을 다 이루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면서 “이 저작집은 전통연희 연구자를 비롯해 인문학자·공연예술가·창작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 저작을 토대로 사진실 교수가 꿈꿔왔던 인문학의 세계화와 창조인문학을 꽃피우게 할 후학을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