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트 뵈르네르 주한 독일대사관 부대사는 2일 “탈원전 선두국가인 독일의 에너지 정책이 단기간 정부 주도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방적 탈원전 선언으로 혼란을 겪는 우리나라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뵈르네르 부대사는 이날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 조선호텔에서 '에너지 정책 공론화 바람직한 방안 찾기'란 주제로 개최한 에너지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어떤 사회도 하루아침에 기존 에너지 공급 구조를 포기하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급격히 전환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독일도 오랜 기간 숙고 끝에 탈원전에 대한 국민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뵈르네르 부대사에 따르면 독일은 1970년대 미국 해리스버그(쓰리마일원전), 1980년대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해 탈원전론이 화두로 부상했다. 이후 1999년에 정부가 독일에너지 대기업과 본격 탈원전 논의를 시작했고 2000년에 탈원전 관련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그는 “탈원전 정책 이행 초반에는 폭력 시위나 논쟁도 있었지만 정부가 여러 이해 당사자와 대화를 주도하며 변화를 이끌어 냈다”면서 “1990년대 들어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하는 등 앞선 노력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로 8기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릴 때도 사회적 저항이 따른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2000년대 탈원전 방향성을 확정하고 사회적 성숙도를 확보했기 때문에 폐로 결정이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탈원전 이후 독일의 전기요금 변동과 관련해서는 “2010년부터 6년 동안 일반 가정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폭은 약 3%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지급한 지원금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광구 경희대 교수는 “독일이 탈원전의 모범 사례로 보이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모습도 봐야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독일은 정치문화, 지리적 특성, 산업구조 등 환경이 우리와 크게 다르다. 탈원전 주체의 리더십이 어떻게 전개됐고 이해 당사자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탈원전 정책이 민감한 이슈가 된 상황”이라면서 “정책소통 과정에서 선진국이 제시한 3가지 원칙, 즉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사회적 필요와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것이 공론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