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동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또 탈락했다. 사양이 거의 동일한 시리즈 모델 가운데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만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차별이 더욱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일본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세 차례 연속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지난달 31일 '7차 신에너지 자동차 추천 목록'을 발표하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282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신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가시화된 지난해 12월 말부터 일곱 차례 보조금 지급 대상을 추가하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시켰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국 배터리 산업 보호와 사드 배치에 따르는 보복 조치로 추정할 뿐이다.
중국 윈두자동차는 최근 순수전기차 신모델 3종(YDE7000BEV1C, YDE7000BEV1B, YDE7000BEV1A)을 출시했다. 그 가운데 톈진에서 생산한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DE7000BEV1A)만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천 목록에 포함된 나머지 2개 모델은 중국 BAK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지난 6월 6차 추천 목록 발표 당시에도 중국 창청자동차가 만든 4개 모델 가운데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2개 차량은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LG화학 난징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2종은 목록에서 제외했다. 다른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CC6484AD21APHEV, CC6484AD21BPHEV는 거의 같은 사양이다.

반면에 이번 추천 목록에 일본 산요에너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EQ5045XXYTBEV7이 포함돼 대비를 이뤘다. 산요에너지는 일본 산요전기가 국유 자본인 항저우시 자산경영공사와 합작, 지난 2000년 쑤저우에 설립한 회사다. 2009년 파나소닉과 산요 합병으로 현재는 파나소닉 산하가 됐다.
지난 5차와 6차 추천 목록에 일본 AESC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포함된 데 이어 산요에너지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버스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배터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언제쯤 완화될 수 있을지 우리로서도 시기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 언론은 일본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최근 잇따라 추천 목록에 포함되면서 해외 배터리 업체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생산된 AESC와 달리 산요에너지 배터리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오프위크는 “산요에너지 배터리 탑재 차량이 추천 목록에 진입한 것은 해외 배터리가 중국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신호탄”이라면서 “외산 기업들이 진출한 이후에도 CATL 같은 국내 업체들이 현재와 같은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만큼 이에 대비하려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