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인디고고, 킥스타터 등 해외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으면서 정부 지원 사업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나 중앙정부에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까지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에 너도나도 나서면서 실효성과 중복 논란이 높아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31일까지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록 지원 대상 모집에 나섰다. 해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록에 필요한 영상 제작, 영문 번역, 마케팅 등 기업 당 최대 1000만원을 50개사에 지원한다.
대구시도 지난달 말 크리에이티브팩토리를 통해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 공고를 냈다. 크라우드펀딩 론칭에 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해외 플랫폼 등록 시 최대 2000만원 지원, 국내 플랫폼 등록 시 최대 1000만원 지원을 내세웠다.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5월 크라우드펀딩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법무 서비스 대행, 온라인 마케팅 등 1개 기업에 최대 600만원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도 각각 관광 상품, 사회적기업, 농업 관련 분야 지원에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다. 크라우드펀딩 등록, 마케팅 비용 지원이 주요 골자다.
업계는 크라우드펀딩이 최근 새로운 금융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가 무분별하게 외형 지원 사업만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크라우드펀딩 관련 지원 사업은 대부분 올해 처음 시작됐다.
공공 지원 내용은 사실상 도긴개긴이다. 해외 또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록을 돕는 단순한 비용 지원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역이나 세부 사항, 금액 차이만 있을 뿐 사업이 엇비슷하다. 차별성도 떨어진다. 크라우드펀딩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판매 자체에 한계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등록할 수 있는 제품은 시장에서 한 번도 판매되지 않은 제품이다. 또 크라우드펀딩 수요자는 모두 일반 소비자로,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제품에 한정돼 있다. 실제 해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공 사례로 꼽히는 베이글랩스, 이놈들연구소 모두 각각 스마트줄자와 스마트시곗줄로 소비자 대상 제품이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크라우드펀딩은 일반 대중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튀는 아이디어를 겸비한 하드웨어(HW) 제품에 한정돼 있다”면서 “정부기관이 나서서 스타트업을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참여 기업보다 지원 기관이 많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기업의 모럴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무분별한 정부 지원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컨설팅 업체만 배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킥스타터와 인디고고는 펀딩 성공 시 각각 8%, 11%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인디고고는 목표 금액 펀딩에 실패할 경우 배송 자체가 모두 취소되기 때문에 자칫 마케팅비만 낭비되는 위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펀딩 등록 지원만으로도 성공 여부가 숫자로 즉각 도출되기 때문에 성과를 중시하는 정부 부처에서 성과물로 포장하기 좋은 분야”라면서 “크라우드펀딩 특성상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제품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 크라우드펀딩 지원 현황, 자료:각 기관>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