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자동차 연합이 올 상반기 세계 자동차판매 1위로 오르며 3위로 주저앉은 토요타가 마쓰다자동차와 손잡고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토요타가 마쓰다와 함께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남부에 연간 3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내 4000개 일자리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토요타 진영'을 확대해 르노·닛산, 폭스바겐 등과 '규모 경쟁'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는 트럼프 정권 요구에도 부응하면서, 자동차 교역과 관련 미국과의 마찰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깔렸다.
토요타는 마쓰다 주식도 5% 안팎 취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일본 다이하쓰공업을 완전 자회사로 만든데 이어 제휴 전략을 가속화한 행보다.
토요타는 자율주행차 경쟁에 구글 등 정보기술(IT)기업도 참여하면서 변화하는 자동차산업 기술혁신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환경규제 변화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큰 전환기여서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필요하다. 인수합병(M&A)도 포함해 모든 선택사항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본정책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던 아키오 사장의 이런 파격적인 발언은 최근 2∼3년간 업계 격변이 반영된 것.
독일 폭스바겐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을 계기로 전기자동차(EV)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중국이나 인도, 프랑스, 영국 등 각국이 잇따라 내연기관차 규제를 발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 주력으로 삼았던 토요타에는 강한 역풍이 불어 닥친 형국이다.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로 전환 움직임을 타고 시가총액에서 제너럴모터스(GM) 등 대기업을 제쳤다. 구글도 인공지능(AI)을 구사한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존 자동차업계들을 앞선다.
우버 등 출현으로 차량공유도 급속히 보급, 소유에서 이용으로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폭스바겐이나 GM은 제조업체로서 자동차회사에서 전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병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마쓰다와 제휴는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마쓰다가 강한 디젤 등 기존 엔진 개발에서도 협력한다. 앞서 완전 자회사화한 다이하쓰에는 신흥국용 소형차부문을 맡겼다.
토요타는 그룹 소속사들의 분업체제를 명확히 하고, 중복되는 인원이나 자금을 EV나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에 투입해 구글 등 새로운 경쟁 세력에 대항할 생각이다.
세계적인 EV 전환으로 불리한 입장이 된 마쓰다로서는 부족한 전동화 기술을 토요타와 보완한다. 마쓰다는 멕시코나 중국 이외에 다른 나라에는 주요한 생산거점을 갖고 있지 않다. 토요타 글로벌 생산·판매망을 활용하는 것은 큰 강점으로 판단해 이번에 자본제휴까지 하게 된다.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산업이 100년래의 변혁기”라고 규정하면서 마쓰다 디자인파워 등도 받아들이며 차에 대한 소비자 변화도 반영하는 그룹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태세다.
토요타와 마쓰다는 2015년 5월 환경과 안전 분야 등에 대한 포괄적 업무제휴 검토에 합의했었지만, 2년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자, 자본제휴까지 하며 차세대차 개발 등에 힘을 합치게 됐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