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전략 부처인 중기부에 시선이 집중됐다.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 등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중기부는 이번 달에 제 모습을 갖추고 공식 출항한다.
중기부 신설은 수십년 동안 고착된 대기업 중심 산업 정책을 중소기업 성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 단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할 중소기업 전담 주무 부처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 중소기업은 354만개로, 전체 사업체의 99.8%를 차지한다. 종사자만 1400만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중소기업 처우는 대기업에 떠밀려 늘 '찬밥' 신세였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 부처인 중소기업청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 왔지만 대기업 위주 정책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정책을 바로잡고 중소기업 위상 강화 및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납품 단가 인하, 납품 단가 부당 감액 등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 제도'를 개선하고, 끊이지 않는 대기업의 '갑질'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2014년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 보호를 위해 의무고발요청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떨어진다. 의무고발요청 제도는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감사원, 조달청, 중기청이 사회 영향 등을 고려해서 요청하면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의무 제도다. 고발을 하더라도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한국토지공사가 시공업체와 합의 없이 설계 단가를 낮췄고, 인화정공은 일방 및 단가 일률 인하로 수급 사업자에게 피해를 줌으로써 각각 검찰에 고발됐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및 인력 탈취 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과 징벌성 손해배상액을 대폭 높이는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기부의 몫이다. 그동안 사회에서는 중소기업계를 부정 시각으로 많이 봤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여건 등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중소기업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기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대비 75% 수준에서 정체되고 있는 데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점차 더 벌어졌다. 기술 융합을 근간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소벤처기업 간 기술 융합과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수출 성공 패키지 지원 사업, 차이나 하이웨이, 해외 유통망 진출, 전자상거래 수출 시장 진출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부처로 승격된 만큼 다른 부처와의 협업을 강화, 더 많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전담 부처로서의 역할도 요구된다.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도 늘려야 하지만 질도 향상시켜야 한다. 단기로는 규제 정책을 완화, 일자리부터 키워야 한다.
그동안 타 부처는 환경 및 대기업 위주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규제가 다소 많았다. 중기부는 규제 위주의 타 부처 정책을 조율하고 협상, 중소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중소기업 사업주가 거둔 '파이'를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여건 형성도 시급하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이 사업주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근로자에게도 파이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한다.
사업주 스스로가 제품 생산성을 높이고 대기업과 적극 협상, 원가를 올려서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높이고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새로 출범한 중기부는 중소기업의 권익 보호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