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고 창업까지 돕는다는 'IP디딤돌 사업'이 걸림돌을 만났다. 시장가격 절반도 안 되는 특허 출원(신청) 비용과 지역할당 등이 주인공이다. “출원료가 낮아 부실특허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지역 할당량 때문에 불필요한 특허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원료 낮아 품질 보장 어렵다”
IP디딤돌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IP디딤돌은 특허청이 주최하고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하는 아이디어 권리화 사업이다. 기술성·사업성이 좋은 개인 아이디어를 특허로 확보해 기술기반 창업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다. 16개 지역지식재산센터 IP(지식재산) 전문위원이 아이디어를 발굴하면 18개 특허사무소가 특허를 출원하는 구조다. 올해 발명진흥회 목표는 680건이다.
업계가 보는 IP디딤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출원료(150만원)다. 부가세를 빼면 136만원가량으로 시장가격에 크게 못 미친다. A변호사는 “선행기술조사, 특허명세서 작성, 특허청 심사 대응을 고려하면 너무 헐값”이라며 “제대로 된 특허가 나올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특허 품질은 변리사가 시간을 많이 투입할수록 좋아지고, 시간은 비용에 비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지역지식재산센터 B전문위원은 “시장에서 성공보수를 더한 출원료는 현재 300만~500만원선”이라면서 “150만원에 출원한 특허는 품질 보장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센터 C전문위원은 “150만원은 변리사에게 권리범위가 넓어지도록 특허청과 싸울 동기를 제공하지 못한다”면서 “권리범위를 좁혀 특허로 등록하면 '땡(그만)'”이라고 비판했다.

◇발명진흥회도 '헐값' 인정
사업 주관기관인 발명진흥회도 '헐값'을 인정했다.
홍성일 발명진흥회 지역지식재산실장은 “출원료가 낮다는 점은 특허청도 알고 있지만 정부사업이 성공보수까지 지원하기는 어렵다”면서 “사업 첫 해인 올해는 국비만 지원하지만 내년부터 지역자치단체 예산이 디딤돌 사업에 매칭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적절한 출원료는 150만원의 배 수준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신 품질은 검수 장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국남 발명진흥회 전문위원(변리사)은 “발명진흥회와 지역지식재산센터 소속 변리사 여덟 명이 특허명세서 품질을 검수한다”고 밝혔다. 발명진흥회가 지난 3월 펴낸 IP디딤돌 사업 운영가이드에도 IP 전문인력 재량으로 수혜자(개인), 협력기관(특허사무소)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품질 명세서를 도출한다는 등의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C전문위원 말처럼 “영업을 하다시피 해서 겨우 밀어넣은 물량”으로 만든 특허가 사업에 실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상표·디자인 포함한 융합사업으로”
지역센터별 할당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16개 지역센터의 올해 자체수행목표는 발명진흥회 목표(680건)보다 많은 753건이다. 센터별 평균은 47.1건이다. 사업 협력기관으로 특허사무소를 선정한 4~5월부터 아이디어 선정을 끝내야 하는 11월 초까지 기간을 고려하면 무리한 물량은 아니지만 괜찮은 발명이 없는 곳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B전문위원은 “일부 지역은 기술력이 풍부하지 않아 특허보다 상표 수요가 많다”면서 “지역센터에서 무리해서 목표를 채우려고 하다 보니 실적을 위한 사업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창업 지원이라는 사업 취지를 살려 내년에는 특허 외에 상표·디자인도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담당자 권한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일 실장은 “IP디딤돌 사업은 출발 단계여서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29~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워크숍에서 실무자들의 애로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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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