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가 '상 중심 무선청소기' 시장에 가세하면서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상 중심 무선청소기 신제품(모델명 VS80M8080KC)을 내달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상 중심 청소기'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지도 확대를 위해 브랜드 이름을 '건'으로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상 중심 청소기의 외관이 총을 연상시키는 것을 감안, '파워 건'이나 '건 프로'처럼 총을 연상시키는 제품명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 중심 청소기 출시는 잠재성이 큰 무선청소기 시장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42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를 기록한 무선 핸디스틱 청소기 시장이 연간 20%씩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다이슨이 고속성장을 이어 가고, LG전자도 뛰어들었다. 한발 처진 삼성전자도 차별화 제품으로 맹추격, 가전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다이슨 선전에 삼성, LG도 가세
영국 기술 기업 다이슨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 중심 청소기 시장에 삼성, LG가 가세하는 것은 강점이 크기 때문이다.
상 중심 청소기에는 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달려 있다. 지렛대 원리를 적용, 손잡이 쪽에 무게를 싣고 헤드 쪽은 가볍게 해서 팔과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무게중심을 최적화, 다소 힘이 약한 여성도 청소기를 위로 들어올리기 쉽게 된다.
바닥 청소만 할 수 있던 기존의 하 중심 청소기와 달리 상 중심 청소기로는 가구 위나 천장 등 손이 닿기 쉽지 않은 공간도 청소할 수 있다. 헤드 부분이 가벼워서 침대 밑처럼 좁은 공간 청소에도 유효하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별화된다. 외관은 장총을 닮았으며, 모터 근처에 달린 동작 버튼을 누르면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상 중심 청소기의 원조 다이슨은 지난해 출시한 다이슨 V8을 앞세워 높은 실적을 거뒀다. 2016년 총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억파운드(약 3조6250억원), 수익(EBITDA)은 6억3100만파운드(9150억원)를 각각 달성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다이슨 V8 출시 이후 무선청소기 판매량 증가로 매출이 전년(2015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는 매출이 각각 30%, 244% 성장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가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의 유선이나 하 중심 청소기로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판단,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다이슨 모방 제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정도로 후발 주자 리스크가 있지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추후 무선청소기 시장이 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들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 차별화로 팽팽한 3파전
'다이슨 V8'은 높은 출고가에도 특유의 기계 이미지로 남성 고객을 사로잡았다. 전작에 비해 사용 시간이 길어졌으며, 흡입력도 강해졌다. 가구 위와 아래, 천장과 벽 등 청소하려는 공간에 적합한 헤드 툴 7종도 제공한다. 다이슨 V8 기종 가운데 국내에 공식 출시된 '다이슨 V8 플러피' 기종은 2년 무상 사후관리(AS)를 보장한다.
LG전자는 올해 6월 '코드 제로 A9'을 출시하며 다이슨 추격에 나섰다. 다이슨이 국내에서 '다이슨 V8 플러피'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후발 주자인 LG 코드 제로 A9의 가장 큰 장점은 140와트(W)의 높은 흡입력이다. 다이슨 V8 플러피 흡입력(100W)을 뛰어넘었다. 그동안 무선 핸디스틱 청소기의 가장 큰 단점인 약한 흡입력을 보완했다. 일반 진공청소기의 흡입력이 통상 200~300W에 이른 반면에 핸디스틱 흡입력은 4분의 1 수준인 50~60W에 그쳤다. 이 밖에 스마트 인버터 모터 P9을 채용, 강력한 흡입력과 항공기 제트 엔진보다 16배 빠른 회전 속도를 갖췄다.
공기 배출구를 본체 윗면에 위치, 사용자 바깥쪽을 향하게끔 설계하는 등 소비자 편의성을 더욱더 고려했다. 또 착탈식 배터리를 채용,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게끔 했다. 듀얼 배터리를 사용하면 연속 80분 동안 작동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 신제품도 착탈식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했다. 배터리 전압이 32.4V로, 국내 출시된 상 중심 무선청소기 가운데 가장 높다.
충전 시간은 4시간 반으로 다이슨 V8(5시간)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일반 모드에서는 연속 40분, 전력을 최대로 사용하는 터보 모드에서는 연속 7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메탈브라운 색상으로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상 중심 청소기, 프리미엄 이미지로 승부
삼성전자, LG전자,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시장을 잡기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로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 V8 플러피 소비자 가격은 99만8000원(당초 출고가 139만원), LG 코드 제로 A9 출고가는 89만~129만원이다. 삼성 '파워 건'도 1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코드 제로 A9은 원조 다이슨보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출시 3주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 구매를 위해서는 높은 비용도 지불하는 소비 트렌드가 가전업계에서도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젊은 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프리미엄 가전을 구매하는 데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면서 “이에 따라 가전 산업도 편의성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구현한 프리미엄 가전에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