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이한주 가천대 교수, "정부의 시장 참여는 세계 추세"

[人사이트]이한주 가천대 교수, "정부의 시장 참여는 세계 추세"

“지옥으로 가더라도 선의를 지키겠습니다. 정부가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세계 추세입니다.”

이한주 가천대 교수는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대상포진에 걸렸다. 4월 피로 누적으로 병원 신세를 진 지 한 달도 안 돼 국정위 경제1분과장을 맡아 50여일 동안 강행군을 거듭한 결과다. 국정기획위 운영 기간 매일 아침 7시30분 출근과 격론이 반복됐다.

이 교수는 “고됐지만 인생에 있어 가장 보람된 마법과 같은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자신의 철학을 조금이라도 입힐 수 있었다. 수많은 토론을 거쳐 공직 사회에 경제 패러다임 변화 필요성을 전달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성과연봉제 폐지 등 이 교수가 깊숙이 관여한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도 일었다. 일각에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외국 격언을 빌어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선 당시 각 당의 공약과 후보의 과거 발언을 보면 방향성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다”면서 “차이라면 대기업 정책인데, 지금은 모든 정책을 두고 비판을 위한 비판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재정정책을 실시하면 국민의 삶이 어떻게든 나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완화 효과는 10% 초반대로 OECD국가 하위권”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최근 공통된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 활동의 산물인 '국정 100대 과제'는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수많은 전문가가 정책 초안을 그렸고 전직 장·차관 등이 참여해 가다듬었다”고 전했다. 또 “당에서 정비한 공약을 융합하면서 빈틈이 사라졌다. 국정기획위도 과거 인수위와 달리 정부 조직, 인사에서 한걸음 물러나 국정과제 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5년간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17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이 재원이 국정과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도 늘거나 줄지 않았다”면서 “세부 정책의 정밀도를 말해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저임금 상향, 카드수수료 인하와 함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화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정부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근거 법령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 기형적으로 유연화됐다”면서 “간접 고용을 줄이고 노동권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자칫 기존 일자리를 줄이는 위기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국정 과제를 원활하게 이행해 경제 활성화를 이끌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