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현실(VR) 게임방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창업비용 탓에 생태계 확장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VR 게임방 숫자는 현재 60~70곳이다. 지난해 3~4곳에서 20배 가까이 늘었다. 게임방 설립에 대한 법이 완화되면서 업주들이 한꺼번에 문을 연 결과다. 올해 말 100곳을 넘길 전망이다.
VR 게임방 시장은 이제 개화 단계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가 관심사다. 과거 동네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PC방 창업 붐'과 비교하면 폭발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싼 창업비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VR 프랜차이즈 업계 대표는 “창업하는 데 최소 2억~3억원은 잡아야 한다”며 “시뮬레이터를 포함해 VR 효과를 극대화하는 도구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터는 VR 게임장 필수 아이템으로 통한다. 진동과 바람, 떨림 효과를 제공, 몰입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000만~3000만원 사이가 대부분이다. 8000만원에 육박하는 기기도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탑승형 시뮬레이터는 2000만원 안팎이다. 중국산이 다수를 차지한다.
국내 VR기기 시장은 대만 HTC 바이브(VIVE)가 독점하고 있다. 몸값이 175만원에 이른다. 고사양 PC 구입비를 더하면 350만원가량 든다. 콘텐츠 사용료도 월 5~10만원씩 발생한다.
이 같은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초기 투자비용을 뽑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 노량진의 한 VR 게임방은 30분에 6000원을 받았다. 1시간에 1만2000원이다. 그나마 오픈 기념행사 기간이어서 할인된 가격표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서울 홍대에는 30분에 9000원을 받는 곳도 있다. 시뮬레이터 장비가 없으면 가격은 내려간다. 시간당 1만원 수준이다.
VR 게임방 주요 타깃은 10~20대다. 1시간에 1만원 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친구 대여섯명이 모여 함께 게임 한다면 5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서울 시내 노래방 가격이 시간당 1~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 이상 높은 셈이다.
김홍석 서강대 교수는 “무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과거 PC방 창업 붐이 불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장비 구입비도 일부 업체가 독점하는 기존 구조가 깨지면서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