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불법 개조한 전기차 폭발·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수명이 다 된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필수 안전제어장치를 달지 않으면서 일어난 후진국형 안전사고다. 지금도 일부 차량이 관광객 대여상품으로 팔리고 있어, 국가차원 안전기준(표준) 마련이 시급하다.
9일 전기차·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만 네 차례 발생한 제주 우도 관광객 대여용 삼륜 전기차 폭발·화재사고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미장착 차량에서 발생했다.
BMS는 전기차 구동모터 출력 상태·배터리 온도 등에 따라 배터리의 충·방전 전력을 제어하는 장치로 전동·전기차라면 무조건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안전 규격 기준이 없다보니, 비전문업체가 임의대로 배터리를 교환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 배터리 제조사는 '제품 적용 시 BMS를 장착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만 제품 보증서에 표기하는 게 전부다.
이들 사고 차량 대부분은 납축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산 전기차로 우도지역 렌탈·대여 업체가 수명이 다된 배터리 대상으로 수명과 성능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로 바꾸는 과정에서 비전문업체가 BMS 없이 교체했다. 결국 배터리의 균일한 충전상태(SOC)로 인한 과방전이나 과충전 등에 제어할 기능 없이 배터리만 교체했다.
우도 전기차 대여업체 대표는 “올해 주위에 발생한 몇 차례 사고를 통해 배터리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밤잠까지 설쳐가며 충전 상태 등을 관리해왔다”면서 “충전 중인 상황도 아닌 주차 중에 차량 1대가 폭발하면서, 나란히 세워둔 6~7대 차량까지 화재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사고원인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우도지역 전기차 렌탈업체 전체에 배터리 원상복구조치 공문을 보내 최초 차량에 탑재된 신규 배터리(BMS 포함) 교체를 지시한 상태다.
하지만 수입 절차 등 물리적인 시간상 중국 배터리 물량 수급이 어렵다 보니 정상적인 교체가 지연되면서, 일부 대여점에는 아직도 불법 개조 차량이 운행 중이다. 우도에는 19개 렌탈 업체를 통해 1~2인용 전기차는 700~800대가 운영되고 있다.
폭발 위험이 있는 배터리시스템 교체에 대해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법규가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업체 한 대표는 “교체 차량 대부분이 배터리 개조 시 (배터리)팩 용접 작업이 이뤄지고, BMS도 장착하지 않았다”며 “BMS 없는 배터리는 화재·폭발에 취약한 만큼, 원인 조사 이외, 해당 차에 대한 영업정지와 함께 불법 개조 단속, BMS 의무장착 등 엄격한 규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