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역량이 우수한 기업 부설 연구소를 본격 육성한다.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와 별도로 '우수기업연구소'를 지정, 다른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한다. 하반기에 '우수기업연구소 지정제' 산업 분야를 넓혀 시행한다. 외형 성장에 치중해 온 국내 민간 R&D 역량이 내실 성장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경기도 평택시 매일유업 중앙연구소에서 '2017년도 상반기 우수기업연구소 지정서 수여식 및 현판식'을 개최했다. 지정서를 수여받은 기업은 매일유업, 네오크레마, 제노포커스 3개 사다. 이들 기업은 모두 식품 제조업 분야로, 올해 상반기 공모에서 6.3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이들 3개 사는 앞으로 국가 R&D 사업 응모 때 가점을 받는다. 기술특례상장, 기술금융 및 각종 인증·구매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 차원에서 기업 홍보 활동을 지원하고, 기업 부설 연구소의 우수 사례로 전파한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날 현판식에 참석해 “민간 R&D 50조원 시대를 맞아 기업 연구소의 내실 도약을 위해 지정 제도의 단계별 확대,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경제 여건이 어렵지만 민간이 과감하게 R&D 선제 투자를 해서 산업 혁신 동력을 지속 육성, 국가 성장을 견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수기업연구소 지정제는 정부가 오랫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처음 시행한 제도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기업이 부설 연구소를 세우면 세제 혜택을 줬다. 민간이 R&D에 적극 투자, 성장 동력을 지속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부설 연구소를 세우고 정부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제도 효과는 컸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연구소를 설립, R&D에 매진했다. 문제는 기업 부설 연구소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2004년에는 1만개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기업 부설 연구소 평가를 체계화해서 좀 더 우수한 기업에는 더 많은 혜택을 줄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부는 수차례 기획 연구, 의견 수렴, 부처 협의 절차를 거쳐 지난해 '우수기업연구소 지정제' 시범 도입을 결정했다. 우리나라 기업 부설 연구소가 3만8000여개에 이른 시점이었다. R&D 역량이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식품 제조 분야를 우선 겨냥했다.
제도 첫 시행인 만큼 엄정한 심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평가위원회는 과기정통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주도로 꾸렸다. 1차 정량 평가, 2차 정성 평가, 3차 현장 평가를 실시했다. 정량 평가 때도 단순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만 보지 않았다. 절대 비중이 아닌 투자 확대 추이를 살폈다. 평가 전문성, 내실 평가를 강화해 기존의 연구소 평가와 차별을 뒀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우수기업연구소 인정제는 연구소 평가를 양에서 질로 전환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무조건 기업 연구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 있는 민간 R&D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내실 평가, 정성 평가 강화가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반기 공모 때 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상반기 시범 실시 때는 식품 제조 분야에만 도입했지만 하반기에는 바이오 산업 전체로 넓힌다. 바이오, 식품, 의약, 친환경(그린) 분야에서 더 많은 우수기업연구소를 발굴한다. 내년에는 산업 전체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1000개 우수기업연구소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R&D 역량이 대체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비 비중은 산업 분야별로 0.49%에서 7.77%까지 큰 격차를 보인다. 우수 사례를 발굴, 전파할 필요성이 시급한 분야부터 우선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 산업, 전 분야로 제도가 확대되면 산업·기업 규모 편차를 고려한 정교한 평가 모델을 개발한다.
인센티브 확대는 과제다. 정부는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원할 때 우수기업연구소가 우대받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우수기업연구소를 민간 R&D 주요 평가 지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을 통해 해당 기업 직원의 R&D 역량 강화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한다.
용 국장은 “그동안 기업 연구소 문화가 설립 위주로 흘러 왔지만 이제는 내실 성장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면서 “우수기업연구소가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널리 알려지면 기업 R&D 문화의 체질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