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황우석 사건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본부장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은 분명히 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계 원로, 기관장, 관련 협회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으로 돌아와 영광스럽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중한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민주정권 10년간의 과학기술혁신체계의 발전을 이어가 우리나라를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며 “현장 연구자와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잘 컨트롤하는 체계를 만드는 과기혁신본부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각계각층의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을 끼쳐 무척 송구하다. 황우석 사건 당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기회를 만들지 못해 답답했다”며 “국민께 충격을 드리고 과학기술계에 좌절을 안긴 사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이 자리를 빌려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저자로 들어가게 된 것은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해서는 “국가과학기술 경쟁력을 제고하고 발전하는데 있어 컨트롤타워를 재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이 역동적인 혁신플랫폼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과학기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 혁신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우리가 당면한 경제·사회 현안을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성장동력 인력양성, 산학협력 등 혁신정책이 연구개발과 함께 종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혁신정책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각 부처 과학기술 정책의 심의와 조정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중점 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컨트롤타워 강화 △혁신생태계 재구축 △정책 방향 재구축 △새로운 정책과제 발굴 및 각 부처 과학기술 정책 심의 조정 구심점 역할 등이다.
다음은 황우석 박사 연루와 관련된 일문일답.
▲사퇴할건가? 황 박사는 지금도 만나는가?
-고집은 아니지만, 기회 주시면 혼신의 힘 다하겠다. 황 박사와는 직접, 개인적 교류는 없다. 사건 이후 우연한 기회에 모임에서 몇 차례 얼굴 마주친 적은 있다. 황 박사 연구비가 당시 규모가 컸다는데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에 근무할 때 연구비 배분 역할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당시 황 박사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반영돼 연구비 수주에 유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황 박사 논문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황 박사가 넣은 것인가, 박 본부장이 부탁한 것인가
-논문 기획을 같이 했다. 2003년에 공동논문이 나왔는데 2년 전쯤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했다. 논문 작성하고 나서 투고한다고 전화가 왔다. 기획할 때 논문 작성되면 제가 세부과제 책임자 이름은 다 넣자고 얘기 한 적 있다. 내 전공이 그 분야가 아니었지만 정책에 관여하고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신중하지 못하게 대답했다. 그것이 논문 공저로 이어졌다. 오케이한 것을 두고 처절하게 반성했다.
▲공여도 없다고 나왔는데, 지금 공여 있다고 보는지?
기획을 같이 했다는 의미다. 논문을 쓸 때는 기획 참여한 사람도 들어가는 경우 있다. 최근 에는 구체적 역할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논문 꽤 있지만 당시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 잘못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원한 것인가. 또 2006년 이후에도 연구 과제를 잘 배정받았는데?
-순천대에서 경고받은 적 없다. 순천대 재직하면서 학생사이에서 연구비 배분 문제가 있었고 지적받았다. 경고 받은 적 없다. 이 자리가 임명직이다. (내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그것을 자임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