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수송용 액화석유가스(LPG)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선다. 지난달 5인승 다목적승용차(RV)에 LPG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지 한 달 만이다. 기존 규제 완화에 따른 실효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야 내부 이견이 없어 이르면 연내 추가 완화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은 LPG 연료 허용 범위를 1600cc 차량까지 넓히는 내용의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안에 대표 발의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LPG 규제 완화 법안도 산자위에 배정돼 심사를 기다린다. LPG용 2000cc 미만 승용차와 RV 차량을 일반인에게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산자위는 5인승 RV 차종부터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지난달 의결했다. 빠르면 이달 국회 본의회에서 처리한다.
국회가 추가 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개정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즉시 구매 가능한 5인승 RV가 없다. 자동차 제작사가 LPG RV 모델을 신규 제작·출시해도 최소 2년은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5인승 RV로 허용 폭을 제한한 배경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당초 국회는 LPG 사용 제한 전면 완화, 2000cc 미만 승용차 허용 등 강도 높은 LPG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LPG 수급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산업부는 LPG 연료 사용을 RV만 적용했을 때는 추가 수요가 최대 86만톤이지만 일반 승용차로 확대하면 160만~251만톤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LPG 수급량 증가분을 100만톤까지로 보고 이를 넘어가면 가격 폭등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국내 LPG 수요는 전년 대비 약 170만톤 증가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LPG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해 LPG 국제 거래가(CP)는 연중 톤당 300~400달러대를 유지했다. 현재 국제 LPG 시장은 연간 약 1200만톤 공급 우위에 있다. 국회는 이를 근거로 산자부가 LPG 규제 완화에 미지근하게 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산업위 전체회의에서도 곽 의원을 비롯해 이찬열·조배숙 의원(국민의당), 윤한홍·김도읍(한국당) 의원 등이 RV 규제 완화는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1600cc, 2000cc 승용차 등 추가 완화 조치를 요구했다.
홍익표 의원(더민주)은 “(LPG 사용 제한 추가 규제 완화를)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LPG 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 산업부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통상에너지소위에서 이 문제를 적극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취임한 백운규 산자부 장관도 “LPG 수급 방향을 함께 살피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PG 규제 완화에 여야 공감대가 있고 산업부 장관도 긍정적 입장이어서 연내 추가 완화가 예상된다.
황병소 산업부 가스산업과장은 “산자위 논의 내용에 따라 산업부도 해당 사안을 지속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향후 LPG 수급 상황 등을 파악해 국회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