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재임 21년만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IOC는 11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IOC에 따르면,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간주하지 말아달라고 삼성그룹 일가가 먼저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IOC는 “이건희 위원은 지난 1996년 처음 IOC 위원으로 선출됐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었다”면서 “우리는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이건희 위원의 가족과 한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96년 제105차 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뽑혀 지금껏 위원직을 유지해왔다. 1997년에는 문화위원회, 1998년부터 1999년까지는 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IOC 위원의 임기는 8년이지만, 1999년 이전에 선출된 IOC 위원의 경우 정년이 80세까지다. 아직 정년까지 5년이나 남아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6년 7월 위원에 선출된 이후 무려 20년 이상 글로벌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 참석에 이르기까지 1년반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170일간 출장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3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중이라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는 상태다.
이 회장의 사퇴로 한국 IOC 위원은 탁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유승민 선수위원 1명만 남게 됐다.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한편, IOC는 이 회장의 사퇴 소식과 함께 새로운 IOC 위원 후보 9명을 공개했다. 이들 9명은 오는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IOC 총회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9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6월 대한체육회 이사회를 통해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자격 국제단일 후보로 추천됐다.
IOC 위원 후보로 거론됐던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도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자리에 도전하기가 어렵다. 이로써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에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