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는 춥고 배고프다'는 말을 뒤집겠다는 기업이 등장했다. 고가 예술 작품 이미지를 다양한 생활용품에 붙여 파는 플랫폼이다.
12에디션(대표 이정훈)이 아트 기반 디자인 상품 판매 사업에 나섰다. 플랫폼은 회사 이름 그대로 12에디션이다. 출시 1개월여 만에 화가, 디자이너 등 작가 140명을 모았다. 이들이 만든 작품 675개를 보유 중이다. JPG, PNG 형식 이미지 파일로 갖고 있다. 플랫폼에 올려놓고 에코백, 파우치, 스마트폰 케이스, 쿠션, 담요, 액자 등에 부착해 파는 방식이다. 상품 4000여개를 개발, 외연을 넓혔다.
예술가들은 돈벌이가 신통치 않다. 활동 수입이 없는 작가가 10명 중 4명꼴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예술인 70%는 연봉이 2000만원 미만이다. 한정된 수입 구조가 원인이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팔다보니 고객 대부분이 일부 상위 계층에 몰려있다. 사치품이라는 인식도 장애물이다. 전시회를 열어 돈을 버는 것도 스타급 작가가 아니면 쉽지 않다.
12에디션은 작가들에게 새 수익원을 제공한다. 작품 이미지를 입은 물건이 팔릴 때마다 10%대 수수료를 준다. 액자의 경우 판매액 절반을 지급한다. 판매 현황은 실시간 공개된다.
이정훈 12에디션 대표는 “친동생이 화가인데 돈벌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사업 시작을 결심했다”며 “작가들에게 부수입을 챙겨주면서 예술품과 일반인 사이 거리감을 좁히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12에디션은 모든 상품을 직접 제작한다. 플랫폼 기업인 동시에 제조업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중 압질 기법으로 원단을 자체 개발했다. 선명한 발색감을 통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고 있다. 최근 국립한국박물관에 파우치 600개를 팔았다.
올해 5월에 플랫폼을 개설했다. 테스트 기간을 거쳐 지난달 정식 출시했다. 가능성은 이미 수차례 인정받았다. 정부가 운영하는 'K-글로벌 지원 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스마트벤처캠퍼스 보육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창업허브에 사무실을 꾸렸다. 앞으로 정보기술(IT)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 추천 시스템을 개발할 목표다.
이 대표는 “예술 작품은 고가이고 우리 삶과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을 깨뜨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품 숫자를 늘리기 위해 관련 업체와 협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