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평가에서 잇따라 '미흡' 평가를 받은 세계김치연구소가 주요 사업 수행 실적에서도 낙제했다. 사업 목표는 적절하게 설정했으나 논문, 특허, 기술이전 등 연구 성과 전반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몰입도 제고, 산학연 공동연구 활성화 등 연구개발(R&D)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김치연구소가 작년까지 수행한 '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선도기술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올해 국가 R&D 사업 특정 평가를 벌여 이 같이 분석했다.
국가 R&D 사업 특정 평가는 정부가 특정 사업 현황을 따로 살필 필요가 있을 때 시행한다. 과기정통부는 김치연구소가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관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사업 추진 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김치연구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한식 세계화'를 기치로 출범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기관이다. 출범 후 실시된 두 번의 기관 평가에서 모두 '미흡'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는 기관 전체가 아닌 특정 R&D 사업이 평가 대상에 올랐다.
김치연구소가 수행한 '김치의 글로벌화를 위한 선도기술 개발사업'은 김치종주국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가 맡긴 사업이다. 김치유래 미생물의 바이오 소재화,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안전성 강화기술 개발, 상품김치 원산치 식별 기술 개발 등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약 106억원 예산이 투입됐다.
연구 성과 전반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평가보고서를 보면 SCI급 논문 게재 건수는 목표 대비 달성률이 53.0%에 불과했다. 연도별 논문 피인용 횟수도 25%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기술이전을 1회 실시하기로 목표했지만 실패했다.
동일 분야 다른 R&D 성과와 비교해도 사업 성과가 미흡했다. 김치 분야 전체 R&D 성과 대비 논문은 7.1%, 특허는 40%, 기술이전 건수는 20%, 기술료 징수액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연구 성과가 미흡했지만 세부 과제 구성은 기관의 전략 목표·임무에 부합한다고 인정했다. 식품연과 사업 차별성도 있어 해당 분야 투자도 적절했다고 봤다. R&D 사업 시도는 적절했지만 성과가 부진했다는 결론이다. 연구소 주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 연구원이 지나치게 많은 과제를 체계 없이 맡는 현상을 개선, 연구 몰입도를 제고하라고 권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김치연구소는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출범했지만 제한된 연구 분야, 상대적으로 영세한 산업이라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산학연 협동 연구, 임무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