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PB 시장 성장, 과실은 유통업체가 가져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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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브랜드(PB) 상품시장 성장으로 유통업체 이익은 늘어난 반면 제조업체 이익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PB시장 규모는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3년 9조3000억원으로 5년만에 2.5배 커졌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PB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편의점 PB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유통점포의 PB 매출 비중이 1%P 늘면 해당 점포 매출액은 평균 2230만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PB 매출 비중 1%P 확대는 점포당 유통이익 270만~900만원 증가로 이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PB가 유통점포 매출액, 이익 향상에 기여했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며 “경기불황과 경쟁심화에 대응해 PB 확대에 몰두한 유통기업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반면 PB 생산 확대는 제조기업 성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 제조기업을 대기업, 중소기업 상위·중위·하위, 소상공인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에서 PB 매출 비중 증가로 전체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은 PB 매출 비중이 1%P 증가할때 전체 매출액이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PB와 경쟁하는 자사 제조업체브랜드(NB)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NB 매출 의존도가 높고, 시장점유율 상위 NB를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 연구위원은 “PB가 자사 NB를 구축하는 '자기잠식' 효과는 점유율 높은 NB를 보유한 기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며 “유통기업이 판매순위가 높은 NB와 유사한 PB를 기획해 나란히 배치하거나, NB를 아예 PB로 전환해 납품받았을 가능성 등의 영향일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도 PB 매출 확대로 양적 성장은 가능했지만 질적 성장(영업이익 증가)은 이루지 못 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은 NB와 비교해 PB에서 영업이익률은 줄고, 유통업체 마진율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유통 마진율이 높게 책정된 것은 '거래상 지위 불균형'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PB 업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조사·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거래 실태를 조사할 때 유통업체가 PB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조항을 어기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PB는 유통기업이 상품 기획·생산 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납품업체 경영정보에 접근할 여지가 있다”며 “PB 납품업체가 경험한 불공정행위 중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가장 빈번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정보 접근·제공 요구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