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부고속도로에서 운전자 실수가 대형사고로 이어진 참사가 일어났다. 버스기사 졸음운전이 발단이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졸음운전 방지 시스템이나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과 같은 차량 내 최신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운전 중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련 자율주행 기술들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도 오류 발생 가능성이 남아있다면, 운전자는 여전히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HIL(Hardware-In-the-Loop) 시뮬레이션'을 통한 안전성 검증이 강조된다. 아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이 완벽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 운행하기에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졸음운전 방지 시스템이나 자동 브레이크와 같은 기능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HIL 시뮬레이션은 가상으로 차량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시험을 위해 실제 차량과 동일한 시제품을 만드는 대신 테스팅이 필요한 일부 파트를 HIL 시뮬레이션 장비와 연결해 가상 환경에서 실제 운행과 같은 조건으로 테스팅 한다. 주 목적은 차량 시스템 오류를 탐지하고 운전자 안전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해외 주요 자동차 기업은 이미 HIL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 연구에 활용한다. BMW는 현재 파워트레인 파트에서 디스페이스(dSPACE)사 HIL 시뮬레이션을 150대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트랜스미션 ECU 등 테스트에 활용한다. 아우디 역시 개발 중인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센서, 액추에이터를 HIL 시뮬레이션 장비를 통해 반복 시험 및 악조건 테스트를 수행한다.
자동차 제조에 테스팅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차량에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려면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최적화를 거쳐 완성된 기능을 검증하고 한계를 시험해 차량 성능과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수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을 실제 차량에 적용하려면 비용·시간, 안전상 문제는 물론 연관된 악조건을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른다.
HIL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하면 차량이 아직 완성되지 않더라도 실제 차량에서 테스트하는 것과 같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차량 파손이나 운전자 부상이 우려되는 극한 상황에서 차량 테스트도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무런 위험요소 없이 수행할 수 있다.
테스트가 행해지는 범위 또한 실제 차량 시험보다 광범위하기 때문에 완성차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테스트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테스트를 자동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HIL 시뮬레이션 장점이다. 예를 들어 실제 차량을 이용하면 10년 이상 걸리는 테스트를 HIL 시뮬레이션을 통해 알고리즘을 생성, 자동화하면 몇 주 만에 끝낼 수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 할수록 운전자 비중은 작아지고 대부분 역할을 차량 시스템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운전자 역량이 아닌 차량 시스템 무결성이 사고 방지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에 자율주행차 기업은 완성차 양산에 앞서 오차율 0%를 달성시킬 수 있는 가상 주행 테스팅 환경 구축에 애를 쓰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