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랜덤박스', 왜 쪽박만 나오나 했더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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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로 선택한 상품을 박스에 넣어 판매하는 '랜덤박스' 업체들이 실제 제공하지 않는 상품으로 소비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 무작위 방식이 아닌 업체 자의로 상품을 선택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이용후기도 조작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으로 랜덤박스를 판매하는 더블유비(서비스명 워치보이), 우주그룹(우주마켓), 트랜드메카(타임메카)에 총 19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하고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랜덤박스 업체는 시계 등 같은 종류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화면에 나열하고 이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 선택해 상자에 넣어 배송한다. 소비자가 같은 가격을 지불해도 서로 다른 상품이 선택될 수 있다. 사행성이 가미된 상품이다.

더블유비는 '사구박스'(가격 4만9000원) 상품판매 화면에 총 41개 브랜드 시계가 랜덤박스에 담기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개 브랜드 시계만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기 전 미리 표시·광고한 모든 브랜드 시계를 박스로 포장해 보유한 상태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무작위로 선택해 배송하는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고 유무 등에 따라 일부 브랜드 상품만 자의로 선택 배송했다. 또 “68%는 무조건 소비자가격 30만원 이상 시계가 들어 있다”는 등 객관적 근거 없이 일정한 확률 이상으로 높은 가격대 시계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우주그룹은 랜덤박스 판매화면에 68개 시계 이미지를 광고했지만 공정위에서 이 가운데 24개는 소비자에게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트랜드메카도 '여성용 팔자박스' 상품판매 화면에 광고한 71개 시계 중 실제 9개만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트랜드메카는 더블유비와 마찬가지로 무작위로 박스를 선택하지 않고 재고 시계 중 자의로 선택 배송했다.

우주그룹은 이용후기 게시판에서 '불만족' 글을 고의로 게시하지 않았다. 트랜드메카는 일반 소비자처럼 가장해 거짓 이용후기를 작성했다.

공정위는 이 밖에 △자체제작 상품 할인율을 거짓·과장으로 표시한 행위(우주그룹) △상품 정보를 제대로 표시·광고하지 않은 행위(더블유비, 우주그룹) △거짓 사실을 알려 청약철회를 방해한 행위(더블유비, 트랜드메카, 우주그룹)를 적발했다.

공정위는 3개 사업자의 위반 행위가 많고 소비자 기만성이 큰 점, 소비자 피해 보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시정명령·과태료 부과와 함께 90일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사업 전체가 아닌 법 위반행위 관련 상품 판매에 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상 사업자 법 위반 행위에 따른 영업정지 명령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