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 상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 2분기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호텔신라를 제외한 신규면세점도 모두 대규모 적자를 보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 영업이익 372억원을 올렸지만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상반기 영업이익이 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매출은 2조55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26억원에서 74억원으로 96.8% 급감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372억원 이었음을 고려하면 2분기에 298억원 적자를 본 것이다. 롯데면세점이 적자를 낸 것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분기 사드 사태 영향이 컸고 월드타워점 재개장, 면세점 수 증가로 인한 경쟁 격화, 특허수수료 및 인천공항 임대료 인상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3월 중순 이후 중국인 매출이 30% 급감, 전체 매출이 20%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팀장급 간부사원 및 임원 40여명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호텔신라 면세점 부문 상반기 매출은 1조7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31억원에서 249억원으로 42.1% 줄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작년 동기 대비 8%, 47% 감소했다.
호텔신라를 제외한 나머지 신규면세점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1분기 16억원, 2분기 44억원으로 상반기 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평균 일 매출액이 상승하며 외형 성장은 지속됐지만 판촉비 확대 및 1분기에 반영되지 않은 인센티브가 일시에 반영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상반기 27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했고, 올해 초에는 임직원이 연봉과 상여금 일부를 자진반납 하기로 했다. 두산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 SM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각각 17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신규면세점 중 유일하게 올해 상반기 흑자를 달성했다. 사드 등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영업이익은 1분기 11억500만원에서 2분기 9400만원으로 축소됐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격히 줄어 면세업계 전체가 받는 타격이 크다”면서 “사드 보복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