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에 부실기업 부채부담까지...증권업계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중소형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대형 증권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실적에 한숨짓고 있다.

개인투자자 감소와 주식매매 무료 수수료 바람에 중소형 증권사 실적은 지난해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에 따른 손실 부담까지 겹치며 고민이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부실기업 부채부담까지...증권업계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중소형사

17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록했다. 상반기 유가증권 상장 증권사 영업이익은 1조153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9%가 증가했다. 순이익도 68.4% 증가한 9106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액은 각각 4865억원, 369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상반기 증가한 영업이익 대부분은 대형 증권사 및 일부 중소형사에 집중됐다. 증가액 4865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은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인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한화투자증권 실적 정상화가 반영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1913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445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며 1년만에 235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늘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ELS 손실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했다”면서 “위탁매매 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분야에 집중한 것이 상반기 실적 개선 주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나머지 증가액 가운데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영업익을 제외할 경우 증가액은 1200억여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금융에 특화된 메리츠종금증권, 인터넷 증권사인 키움증권 등을 제외한 증권사 영업익은 300억원 남짓 증가한 데 그쳤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와 증권업계의 비대면 무료 수수료 경쟁으로 2분기 증시 호황에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1년 벌어서 10년 먹고 산다'는 말은 중소형사에게는 이미 먼 이야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위탁매매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이미 많이 쌓인 각 증권사의 우발채무 등으로 부동산 금융도 포화상태”라며 “중소형사 나름의 먹거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실까지 올 상반기에 반영되며 수익성은 더 나빠졌다. 하이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상차손 반영으로 2분기 16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동부증권도 1분기 손상차손을 이미 반영해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증권사 2017 사업연도 상반기 연결 결산실적 현황 (단위:억원) / 자료 :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증권사 2017 사업연도 상반기 연결 결산실적 현황 (단위:억원) / 자료 : 한국거래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