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8도 中 ATL 배터리 빠지고, 日 무라타 배터리 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에 삼성SDI와 일본 무라타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전자의 오랜 파트너인 중국 ATL 제품이 또 빠졌다. 지난해 발생한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후 삼성전자와 ATL 관계가 멀어지고 이 자리를 무라타가 대신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이후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와 다중 안전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전자신문DB)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이후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와 다중 안전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전자신문DB)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8'에 이어 신제품 '갤럭시노트8'에 삼성SDI와 무라타제작소 배터리가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80%, 무라타가 약 20% 비중으로 3300mAh 용량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단, 초기 물량은 삼성SDI가 전량 맡았다.

무라타는 지난해 소니 배터리 사업을 인수한 기업이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 세계 1위 업체다.

삼성SDI와 무라타 배터리 채택으로 중국 ATL은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됐다. ATL은 '갤럭시S8'에 이어 전략 제품인 '갤럭시노트8'에서도 빠졌다.

ATL은 삼성전자와 10년 넘게 협력 관계를 맺은 곳이다. 작년 출시된 갤럭시노트7에도 ATL 배터리가 사용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배터리 공급사 교체가 제품 단종까지 이어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을 지적했다. 당시 삼성은 ATL 배터리가 비정상 융착돌기와 절연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등으로 인해 화재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사고 후에도 ATL과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서 무라타를 배터리 공급사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ATL과 이견이 생겨 결국 ATL을 전략 스마트폰 배터리 공급망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과 기존 주문 물량 처리, 보상 문제 등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안다”며 “일부 보급형 모델이나 해외향 모델에 협업할 가능성은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는 ATL 배터리를 모두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시험 기준 등을 강화하면서 ATL에서는 추가 시험 장비 구입과 간섭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ATL로서는 삼성전자 물량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애플이라는 최대 고객사가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로 곤욕을 치른 후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 등 품질 관리 시스템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갤럭시 시리즈 최대 배터리 공급업체이자 계열사인 삼성SDI는 삼성전자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와 협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ATL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ATL은 10년 넘게 애플 아이폰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폴리머 배터리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 이후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ATL 대신 무라타 배터리를 채택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갤럭시S9용 배터리에도 무라타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무라타제작소의 생산능력과 품질을 과거 파트너인 ATL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제가 생겼다. 무라타가 인수한 소니 배터리 사업은 1991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지만 최근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의 위상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