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수수료 인하 후폭풍이 일고 있다.
최근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금융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졌다.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인한 영향은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증권사는 처음부터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사업은 핵심 업무였다. 수익 절반 이상이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나왔다.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함께 기존 금융업계도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예고된 후폭풍=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위탁매매 사업 비중을 줄이고, 수익 구조 다각화·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2000년대 초반에 온라인 증권사 등장과 함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보급이 이뤄졌고, 그때 사실상 위탁매매 수수료가 하향 평준화되는 효과가 이뤄졌다. 그 결과 국내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1999년 0.328%에서 2010년 0.092%, 지난해 말 기준 0.08%대로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 연계 계좌 온라인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평균 0.015%로 더 낮다. 수수료율은 거래금액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금액이 클수록 더 낮아진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는 수수료율이 높은 개인 투자자는 줄고 수수료율이 낮은 기관 투자자 비중이 늘면서 운용 대금 대비 수수료 수익은 더욱 줄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이 '방아쇠'가 됐다. 증권사는 새로 증권 계좌를 개설한 고객 대상으로 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했다. 신규 계좌 고객 대상의 제한된 이벤트지만 업계 간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 적립금 및 10년 동안 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까지 나왔다.
결국 이 같은 후유증이 중소 증권사의 실적 상승 약세로 이어졌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대형 증권사 대비 중소형 증권사는 상반기의 유례없는 강세장에도 지난해 상반기를 조금 웃도는 실적에 그쳤다.
신규·휴면 고객 유치 마케팅은 치열했지만 위탁매매 수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강세장에도 개인 투자자 매매 비중은 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증시는 강세장이었지만 거래 대금을 보면 금융 위기 때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나 펀드 고객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면서 “증권사도 HTS·MTS는 사실상 한계비용까지 부담하는 선으로 내려왔고, 결국 무료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앞으로 수수료(브로커리지) 사업 비중 축소, 대형사는 투자은행(IB)과 해외 진출, 중소형사는 인수합병(M&A)과 고객 자산관리서비스 다양화 등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은행 등장, 수수료 연쇄 인하 조짐=은행권에도 비대면 채널 확대와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으로 금리 인하는 물론 송금 분야 등 수수료 연쇄 인하 신호가 감지된다. 금리 인하 경쟁이 본격화된 배경에는 최근 카카오뱅크 영향 외에도 주택담보대출 벤치마크 은행채나 시장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 영업 행태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인인증서 폐기와 외환수수료 개편 등은 이미 시작됐다.
카카오뱅크가 외환송금 수수료 체계를 혁신한 것처럼 일부 인프라 성격의 수수료 항목은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인터넷은행이 제1금융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중신용 등급 대출 수요자를 포용함으로써 제1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 수익성에는 부정적이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는 조달뿐만 아니라 대출 측면도 목표 고객이 겹친다.
전문가들도 제2금융권과 인터넷은행 간 대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아직 인터넷은행이 차지하는 전체 대출 규모가 다소 작고, 인터넷은행의 대출 공세 강화에 대한 건전성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수수료 인하는 일시 현상, 미래 전략 필요=금융업계는 장기적으로 비대면 서비스 증가가 수수료 인하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저출산이 가시화되는 국면에서 은행·증권업 전반에 걸친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영업점 축소, 감원 등이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핀테크 도래와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나 금융회사는 더욱더 근본적 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오히려 수수료 인하는 일시 현상이며,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른 미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앞으로 수수료 인하에 따른 비용 부담 문제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으려면 정보기술(IT) 자동화 수준을 이전부터 높이고, 리테일 부문의 고객 대응 역량도 더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증권 등 금융투자업계 상황은 더욱 절실하다. 대형사는 IB 변신을 위한 자기 자본 강화 등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자본 시장 발달이 느린 해외 진출도 강화한다. 동남아시아가 대표적이다.
중소형사는 전문화, 효율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소형 증권사일수록 온라인 채널 비대면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식의 역량 강화나 핀테크 기업과의 적극 협업이 요구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 인하로 인한 변화에 전문 자동화로 대응할지 하이브리드로 갈지 영업점 역량을 강화할지 금융회사의 세부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면 서비스가 비대면, 오프라인 영업이 온라인 영업으로 각각 바뀌는 상황에서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