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시행 초읽기…유예기간 놓고 '정부-업계' 머리 맞댄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9월 도입을 앞둔 강화된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 시행안을 놓고 협의에 들어간다. 그동안 업계는 새로운 시행안에 대비할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며 정부에 순차적 도입을 요구해 왔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실내에서 배출가스 측정을 하고 있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이 실내에서 배출가스 측정을 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는 이번 주중 환경부와 비공식 면담을 통해 디젤차 배기가스 새 측정기준(WLTP)과 유예기간 확대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6월 29일 대기환경 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9월 1일부터 디젤차의 실내인증시험 과정에 국제표준시험방법(WLTP)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WLTP는 시험 중 주행거리, 평균·최고속도가 늘어나는 등 기존 연비·배기가스 측정방식(NEDC)보다 훨씬 까다로운 측정 방식을 요구한다. 강화된 시험 방식에도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기존 NEDC와 동일한 0.08g/㎞ 이하에 충족해야 한다.

WLTP는 9월 1일부터 새롭게 인증을 받는 모든 신차에 적용되며, 현재 시판 중인 기존 차량도 1년 후인 2018년 9월 1일부터 새 기준에 따라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에 실패할 경우 업계는 해당 차량의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을 처할 수 있다.

업계는 1년여 남은 새 기준을 대응하기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급작스레 WLTP 기준이 추가되면서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완성차 업계는 WLTP 기준은 물론 2016년 7월 환경부가 공포한 대기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실도로 배출허용 기준(RED-LDV) 도입도 준비해야 한다. 실도로 배출허용 기준은 신차는 9월 1일부터, 기존 차량은 2019년 9월 1일부터 도입된다.

환경부는 그동안 새 기준에 대한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에 유럽연합과 함께 디젤차 배출가스 개선안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사전 예고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적은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수백억원 이상이 투입될 제도 관련 연구·개발(R&D)을 단기간에 진행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시판 중인 차량을 새 기준에 대응하려면 요소수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 등 추가 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조 변경 등에 2~3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 등 업계는 유예기간 연장을 포함한 요청사항을 최근 환경부에 전달했다. 요청안에는 2019년 8월 31일까지 1년간 추가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과 새 기준과 별도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감축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새 기준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의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해 물리적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를 통해 새 기준 도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