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 쟁점은 법원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신의칙이란 민법 제2조 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가운데 지난 18일 금호타이어가 생산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1심 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도 이 같은 판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금호타이어뿐만 아니라 신의칙이 적용된 일부 기업 승소로 끝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갑을오토텍을 비롯해 한국GM,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현대로템, 아시아나 등이 관련 재판에서 승소했다. 특히 갑을오토텍과 한국GM은 회사 측 승소가 최종 확정됐고, 나머지는 2심 또는 1심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법원이 기업의 경영 사정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아시아나 등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신의칙 인정 여부는 재판사별 성향에 달린 만큼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의칙이 적용된 대표 사례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갑을오토텍 소송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노조 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임금과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추가 임금 청구는 신의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아차 사례 역시 법원의 신의칙 적용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예단할 수 없다”면서 “어떤 판사가 (소송을) 맡고,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