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날고 싶은 '택배용 드론'… 갈 길 먼 상용화

드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대표 기술이다. 드론을 활용한 사업 범위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드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로 물류 배송이 꼽힌다. 기동성을 앞세워 택배업계 최대 고민인 배송 비용과 시간을 줄여 주기 때문이다. 미국 아마존은 이미 택배용 드론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정부, 기업,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상용화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에 기술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핵심 기술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기업 선행 투자도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J스카이도어' 드론 비행 모습(사진=CJ대한통운 제공)
'CJ스카이도어' 드론 비행 모습(사진=CJ대한통운 제공)

◇'뜰까 말까'…시동 건 택배용 드론

국내 드론 제조사 숫자는 산술 계산이 어렵다. 유통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순수 제조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 시범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 대학, 연구기관은 모두 60여곳에 이른다. 적지 않은 규모다. 이 가운데 배송 분야는 10곳 남짓이다. CJ대한통운, 한화테크윈, 현대로지스틱스, 유콘시스템, 이랩코리아 등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슈분석]날고 싶은 '택배용 드론'… 갈 길 먼 상용화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초부터 택배용 드론 개발에 나섰다. 같은 해 11~12월 강원도 영월에서 시험 비행을 마쳤다. 드론이 추락할 때 낙하산이 자동으로 펼쳐지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술력 면에선 글로벌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드론 내부 부품 국산화 비율은 70% 수준이다. 드론 이름은 'CJ스카이도어'다. 배송 가능 거리는 왕복 5㎞, 최대 무게 3㎏의 물품을 실어 나를 수 있다. 기체에 매단 여러 종류의 물건을 차례차례 내리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험 비행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 제품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테크윈도 농업용 드론 상용화에 이어 다음 과녁으로 배송을 선택했다. 3~5㎏의 물품을 반경 10㎞ 이내 장소에 배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택배용 드론 구성에 필요한 정밀 기술 대부분을 자력으로 구현할 수 있다. 국산화율이 90%에 이른다.

드론 비행 상황을 실시간 볼 수 있는 관제 솔루션도 갖췄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내년 초에 시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서·산간 지역에 생필품, 긴급 구호물품, 의약품을 배달하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유콘시스템은 편의점 캔커피 6개를 3㎞ 밖 장소에 5분 만에 배달, 주목을 끌었다. 군수 제조업체 이랩코리아는 우체국 택배 드론을 선보였다. 무게 10㎏ 미만의 소포를 10㎞ 떨어진 곳까지 전달한다. 왕복 4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기술투자·국산화율 높여야” 과제

그런데도 상용화 시점은 안개 속이다. 도심 비행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안정성, 신뢰성 담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CJ대한통운이 위기 상황에 대비, 드론에 낙하산을 단 이유다. 그러나 비상 상황 대처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술 준비가 덜 됐다. 위험물을 만나면 자유자재로 회피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전파 간섭으로 기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비상 착륙한 뒤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 다시 목적지로 날아가는 고난도 묘기도 요구된다.

현재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SW)와 오픈 소스인 지상통제시스템(GCS)을 활용, 정해진 장소에 들렀다 돌아오게 하는 수준에 그친다.

주요 부품 국산화율 제고도 과제다. 드론 운용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플라이 컨트롤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와 모터도 자체 제작하는 업체보단 외부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환경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연습 비행을 할 드론 전용 비행장이 마땅치 않다. 드론 업체는 수도권에 몰려 있는 반면에 비행장은 지방에만 자리 잡고 있다. 하늘 길도 열려야 한다. 정부는 드론 비행경로 설정을 위해 교통관리시스템(UTM)을 2021년까지 개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때까지는 먼 거리를 오가야 하는 택배용 드론을 날리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사업 수익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좁은 영토가 발목을 잡는다. 드론을 띄우지 않더라도 택배용 차량이 대신할 수 있다. 기술이 비약 발전하지 않는 한 효율은 자동차가 드론을 앞선다. 기업이 선행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까닭이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택배용 드론 시장은 시장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기술·환경상의 난제가 언제 극복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감시·농업용 드론에 투자가 몰리면서 택배용이 관심 밖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용 드론은 세계에서도 미개척 분야”라면서 “선행 투자를 앞세워 기술·환경 문제를 풀어 나간다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실력은 이제 막 초급 과정을 넘어선 정도”라면서 “긴 안목으로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