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미래, 거래소 바로서기]<중>두마리 토끼 모두 놓친 거래소...'시장상황 반영해 자체 혁신 나서야'

한국거래소의 자체 혁신이 시급하다. 정권 입맛에 맞는 전시성 신사업과 수익 창출 사이에서 갈팡질팡해 온 한국거래소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컨퍼런스에 앞서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29일 컨퍼런스에 앞서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시장 변화를 반영해 지배구조 개편과 거래소 선진화에 나설 수 있는 자본시장 전문성을 가진 수장이 필요하다.

23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정부가 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5년 발표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은 2년여가 지나도록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거래소는 독점적 지위, 비영리 공공기관 성격 등으로 국제적인 변화 흐름에서 뒤쳐진 상황”이라며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기존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해 각 본부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소유구조를 회원사 중심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였다.

2년여가 지나도록 당초 목표는 이루지 못한 채 한국거래소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6982억원이다. 전년 대비 5억원 증가했다. 자회사인 예탁결제원과 코스콤 매출을 제외한 한국거래소 매출(개별기준)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자회사 매출을 제외한 한국거래소 매출은 3265억원,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줄었다.

한국거래소 매출 감소는 주요 수익원인 시장 수수료 수입 감소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거래 및 청산결제수수료로 2208억원을 벌었다. 전년 대비 190억원이 감소했다. 2011년 3163억원에 달했던 거래 수수료 수익은 5년여 만에 3분의1가량 줄었다.

주력 신사업으로 추진한 시장정보이용료 사업은 전체 매출의 10% 남짓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정보 사업 수입은 396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이 줄면서 각 증권사는 신규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거래소는 여전히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자 거래 수요 감소에도 거래소는 표준코드 발급 등 추가 수수료 부과와 수수료 체계 개편 등에만 머무르고 있다.

신규 진출 사업성과도 변변치 못하다. 스타트업 기업 발굴을 위해 만든 거래소 스타트업마켓(KSM)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투자자 보호에 집중해 각종 호가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정작 기관투자자까지도 찾지 않는다.

장외채권 플랫폼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미 별도 거래 수수료가 없는 장외채권 시장이 있는데 굳이 수수료를 내면서 플랫폼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을 새로 조성해 증권사와 함께하기 보다는 기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해 공공기관 지정 등 한국거래소는 시장 논리보다 정권 성향에 따라 움직여 왔다”며 “체질 개선을 위한 자체 혁신방안 없이 또 다시 정부 주도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뤄지면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