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 한양대 교수, 스스로 전기 만드는 '인공근육 실' 개발

국내 연구진이 수축·이완할 때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실을 개발했다. 배터리 없이 무제한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자가 구동 센서, 휴대폰·드론의 장기·연속 전력 공급원으로 응용이 기대된다.

김선정 한양대 교수팀은 수축·이완·회전할 때 전기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탄소나노튜브(CNT) 트위스트론(twistron) 실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CNT를 과도하게 꼰 고무밴드 같은 코일 형태 실이다.

코일 형태인 트위스트론 실(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코일 형태인 트위스트론 실(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트위스트론 실은 머리카락 1만분의 1 두께의 CNT로 만든다. 우선 CNT를 꼬아 고강도 경량 실을 만들고, 좀 더 꼬면 고무밴드 같은 코일이 된다. 탄성이 있어 수축·이완이 가능하다. 일종의 인공근육이다.

수축·이완 시 밀도와 내부표면적이 변한다. 이 때 변화가 전기 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실을 전해질 속에서 늘리면 꼬임이 증가하면서 부피가 감소한다.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 용량이 감소한다. 변화된 전기 용량만큼 전기 에너지가 생긴다.

트위스트론 실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켜는 실험
트위스트론 실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켜는 실험

전기 생산량은 신재생 에너지원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트위스트론 실은 초당 30회 수축·이완할 때 기준으로 ㎏ 당 250와트(W) 전력을 생산한다. 19.2㎎만으로 2.3V 발광다이오드(LED) 전등을 켤 수 있다.

연구팀은 파도, 온도 변화 상황에서 트위스트론 실이 스스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현상을 실험했다. 열, 진동, 음파, 운동, 위치에너지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적은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터'로서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동해 경포대 바다에서 실시한 전력 생산 실험과 모식도. 파도가 칠 때마다 움직이는 풍선에 의해 트위스트론 실이 수축이완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동해 경포대 바다에서 실시한 전력 생산 실험과 모식도. 파도가 칠 때마다 움직이는 풍선에 의해 트위스트론 실이 수축이완하여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티셔츠에 트위스트론 실을 꿰매서 삽입하면 호흡에 반응하는 자가구동 센서로 응용된다. 호흡할 때마다 가슴의 넓이가 변화되는 것에 따라 전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를 측정하면 호흡의 크기, 주기를 나타낼 수 있다.
티셔츠에 트위스트론 실을 꿰매서 삽입하면 호흡에 반응하는 자가구동 센서로 응용된다. 호흡할 때마다 가슴의 넓이가 변화되는 것에 따라 전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를 측정하면 호흡의 크기, 주기를 나타낼 수 있다.

실을 풍선에 매달아 바다에 넣으면 파도가 칠 때마다 전기 에너지가 생산됐다. 공기 중 온도 변화로 움직이는 나일론 인공근육과 트위스트론 실을 연결하자 전기 에너지가 저절로 생겨났다. 실로 짠 옷을 입고 호흡하면 신축 변화에 따라 전기 신호가 생성됐다. 자가 구동 센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선정 한양대 교수
김선정 한양대 교수

김선정 교수는 “기존 배터리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무제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트위스트론 실은 해양에서의 대량 전기 생산, 휴대폰 및 드론의 연속 전원 공급 등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