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기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초정밀 GPS 보정시스템(SBAS) 사업단장은 어려서부터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했다. 비행기(항공기)를 타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최첨단이자 미래지향적 항공 분야에 호기심이 남달랐다.
그는 공군사관학교와 한국항공대를 동시 지원했다. 공사 최종 입학통보를 받고 고민하던 남 단장은 항공대를 선택했다. 항공공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나 엔지니어에 더 끌렸다.
남 단장은 “돌이켜보면 이 길이 운명인 것 같다.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거쳐 1989년 항공우주연구소(현 항우연)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항공 기술이나 연구개발(R&D)이 불모지였던 시절이다. 항우연 연구원도 50명이 채 안됐다.
남 단장은 선진 학문을 배우기 위해 사표를 내고 영국 크랜필드 대학 유학길에 올랐다. 복직 보장도 없었지만 그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귀국 이후 항공기 R&D에 몸담았던 그는 2000년대 초반 위성항법시스템(GNSS) 분야로 눈을 돌렸다. 위성 전파를 항로나 위치정보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실용화되는 시점이라 연구 영역이 많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항법이나 통신, 감시 등 위성항법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했다.
남 단장은 “가족이 가정에도 충실하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야근도 많았고 집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노력이 우리나라 위성항법 R&D 역량 발전과 다른 활용 분야 확산의 기반이 됐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GNSS 분야 개척자다. SBAS의 성공 구현은 그의 28년 연구 종착지이자 결실이다. SBAS는 17~37m인 위성항법장치(GPS) 오차를 1m로 줄이는 시스템이다. 항공은 물론 개인 휴대 단말을 비롯해 해양, 로봇, 국방, 교통 등 일대 혁신이 기대된다.
2020년이면 온 국민이 고품질 GP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22년엔 항공기 안전성이 배가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SBAS가 한국형 독자위성시스템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 단장은 “빗방울이 돌을 뚫는 것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세계 7번째 SBAS 보유국으로 우리나라 위성항법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높일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