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닻을 올린 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새 장관을 맞이하며 본격 항해에 나설 태세다. 과거의 구태의연한 중소기업청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중소벤처기업부'로 거듭나면서 험한 파고를 넘어서는 새로운 항해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중기청이 국내 환경과 여건을 중시하는 '갈라파고스'에 머물렀다면 새 중기부는 이제 스스로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가야 하는 '알바트로스'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기부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신설된 정부 조직이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기존의 12개 지방청에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넘어온 테크노파크(TP)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18개를 거느린 행정 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망을 갖춘 부처로 떠올랐다. 게다가 창업·중소기업 지원 등에 최소 12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이러한 외형의 대폭 확대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의 역할과 비중도 커졌다. 중기부는 과기정통부, 산업부와 함께 3각 체제를 이루며 산업·기술·일자리를 책임지는 주요 부서로 격상된 것이다. 중기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제이노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나온 100대 국정 과제를 보면 4차 산업혁명, 미래형 신산업, 맞춤형 일자리, 사회적 경제 기업 등 산업 관련 과제가 거의 20개에 이른다. 중기부는 과거의 중기청 시대와 달리 20개 과제 전반에 걸쳐 참여를 주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4대 복합·혁신 과제인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정책'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 국가' '교육·노동·복지 체계 혁신으로 인구 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 등 부문에서도 나름대로 청사진을 그리면서 정책 기여를 해야 한다.

중기부가 과거처럼 사회 안전망 유지 차원에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해 나가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벤처 육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국가 경제의 허리를 튼튼히 하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기술집약형, 기술혁신형 스타트업ㆍ벤처와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기반도 강화해야 한다.

'중기청의 연장선상에서는 중기부의 미래가 없다'는 충고를 유념해야 한다. 중기청이 수많은 소형 프로젝트와 임기대응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사업의 앞뒤가 바뀌고, 중심이 흐트러지고, 방향이 뒤틀리는 일이 상식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중기청이 매운탕과 세꼬시를 내놓는 골목횟집이었다면 중기부는 이제 세계 수준의 고급 참치횟집이 돼야 한다. 중기부는 지역성과 국제화를 상징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판교테크노밸리는 중기부가 면밀히 분석해야 할 곳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스타트업-벤처-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생태계를 제대로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실리콘밸리와 비교하긴 어렵지만 기업의 규모, 자유도, 투자 환경 등이 나름대로 세계에 내놓을 만한 혁신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관리하고 있는 경기경제과학원이 최근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중국 중관촌 및 러시아 첨단단지 스콜코보와 협력,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 유치, 독일 소프트웨어사 SAP 유치 등 글로벌 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중기부가 주의 깊게 봐야 할 곳은 또 있다. 바로 서울의 경제산업기술 지도다. 테헤란밸리, 우면동 R&D 아카데미, 마곡단지 등과 도시 재생으로 새로워지고 있는 세운상가·용산전자상가·구로디지털단지 등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각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중기부는 산업부와의 협업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벤처 등을 망라한 산업 정책을 수립, 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과 벤처의 육성은 대기업과 연계돼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새 중기부는 이제 '알바트로스'의 날개를 달고 '사업 프로젝트'에서 '국책 프로그램'으로 시야를 넓히고, '스타트업 국가'에서 한 단계 높은 '스케일업 국가'로 향하는 높은 비전을 세우길 기대한다.

[곽재원의 Now&Future]닻을 올린 중소벤처기업부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