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 로봇, 펜스를 넘어 인간의 조력자로 올라서다

에스벤 오스터가드 Esben H. Østergaard 유니버설로봇 CTO
에스벤 오스터가드 Esben H. Østergaard 유니버설로봇 CTO

‘로봇’은 과연 무엇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장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이나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두 극단적인 형태 대신에 새로운 유형의 로봇이 주목 받고 있다.

'코봇(Cobot, Collaborative Robot)', 즉 '협동 로봇'이라 불리는 로봇이다. 기존의 자동화 생산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 한정된 작업만 가능했기 때문에 섬세하고 유연한 작업을 요구하는 산업 분야에서는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다. 협동 로봇의 등장은 이러한 자동화 생산과 수작업 사이의 격차를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대규모 설비시스템과는 달리, 협동 로봇은 작고 가벼워 이동성이 높으며 간단하게 재 프로그래밍하여 새로운 작업에 투입될 수 있어 중소기업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유니버설로봇의 경우, 충돌 방지 안전기술이 탑재돼 장애물을 만나면 자동으로 작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안전장치 없이 사람과 함께 협업이 가능하다.

낮은 진입장벽
전 세계 노동자의 임금평균으로 계산하면 로봇 구매비용은 근로자 한 명의 2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협동 로봇은 1/4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보통 로봇 자체 비용은 전체 로봇 도입 비용의 약 1/4 정도 차지한다. 나머지 비용은 프로그래밍, 설치, 안전설비 구축 등 로봇 운영에 들어간다. 그러나 협동 로봇은 포장을 해체하는 시점부터 시운전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일반적으로 1시간 미만으로 로봇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안전 우선
안전은 오랫동안 로봇 연구에 있어 주요 연구 개발 과제로 여겨졌다. 인간과의 협동을 위해 만든 신세대 산업용 로봇은 둥근 관절, 역구동 가능 모터, 압력 센서, 가벼운 소재 등으로 구성돼 자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전 관련 문제점을 해결해준다.

캐나다 선반 제조업체인 이탈렉스(ETALEX)의 경우, 움직임이 많고 좁은 공간에서 부품을 처리하기 위해 유연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로봇, 즉 유니버설로봇의 UR10을 채택했다. 이 로봇은 충돌 방지 안전기술을 탑재하여 사람과 접촉하면 즉시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기계와 사람이 함께 작업할 수 있다. 또한 작고 가벼워 이동이 용이하고, 쉬운 프로그래밍과 빠른 설정이 가능해 이탈렉스의 열 가지 생산 사이클에 사용되고 있다.

협동 로봇이 도입 이전 이곳에서는 한 작업자가 하루 8시간 동안 수작업으로 프레스 브레이크를 내렸다. 이제 해당 작업은 하루 한 시간으로 줄었으며, 이 한 시간 동안 각 공정의 품질 검사가 이뤄진다. 이탈렉스는 이러한 효과적인 작업 프로세스 구축으로 1년 안에 로봇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탈렉스의 기계 운용자인 리처드 클라이브(Richard Clive)는 "예전에는 프레스 브레이크 가까이에 손을 넣을 수 밖에 없어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 유니버설로봇의 협동 로봇 덕분에 산업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졌다."라며 UR 10이 작업장을 100% 안전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위험성 평가에 대한 새로운 지침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안전하게 설계하려면 로봇 자체와 그 적용 분야, 이 두 가지 면을 주의해야 한다. 먼저 로봇 본체의 안전성과 관련해 유니버설로봇은 유럽 최고 권위 인증 기관인 기술검사협회(Technischer Überwachungs Verein)에 의해 협동 로봇의 안전기준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인증 받았다.

두 번째로 주의해야 할 부분은 로봇 적용 분야 및 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관련 위험으로, 절대적으로 안전한 로봇이라는 것은 없으므로 항상 전체적인 관점에서 안전성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로봇이 부품을 들어 올려 움직이면서 예리한 모서리가 머리 높이에서 사람을 치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시스템 설계자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협동 로봇에 관한 새로운 기술 사양 ISO/TS 15066이 도입됨에 따라 시스템 통합자는 이제 인간과 로봇 장비가 한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위험에 관해 기준을 갖게 되었다. 개별 적용 사례에 맞춰 적절한 안전 설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유니버설로봇은 협동 로봇을 적용 분야에 맞춰 작동시킬 수 있도록 힘, 동력, 속도, 운동량 값을 사용자가 정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속도와 안전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있어 '기계 시스템의 주기' 산출은 매우 중요하다. 투자 수익률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불리 기계 작동 속도를 높이는 것은 안전성 확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속도와 안전 두 기준은 실제 적용 사례에서 상충되는 경우가 많으며 시스템 설계자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데 골머리를 앓는다.

협업 로봇은 사이가 좋지 않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해준다. 기계가 완전 자동화에 가까워질수록 전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자동화하기 어려운 작업과정이 존재하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람을 투입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협동 로봇 활용을 통해 공정 과정을 줄여 속도를 높이고,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엔 사람이 개입하여 안전하게 자동화 비용을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플러그 & 플레이 통합
또 다른 비용 절감 요소는 간단한 부속품 연결로 다양한 라인에서 즉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UR 로봇 자체는 사용하기 쉽지만, 작업 처리에 알맞은 엔드 이펙터와 부속품을 갖추는 것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니버설로봇은 기술 제휴사들의 하드웨어를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인 유니버설로봇 플러스(Universal Robots+)를 도입했다. 유니버설로봇 플러스는 플러그 앤 플레이 애플리케이션 솔루션의 쇼룸으로, 로봇 본체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 UR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플리케이터에 프로그래밍이 완료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부속품, 그리퍼,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정상 가동이 확실하게 입증된 로봇 어플리케이션을 유니버설로봇 플러스에서 믿고 선택해 소비자들은 자동화 설계부터 운영까지의 통합 공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술격차해소
협동 로봇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빠른 생산 최적화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대략 2백만 개의 제조업 직군이 숙련된 직원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으며 곧 기업 간 기술 격차를 야기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제조 기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숙련된 직원을 유치하는 것이 특히나 어렵다. 전미 제조업자 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총 252,000개 제조업체 중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업체는 3,700개뿐이며 대다수는 근로자 수가 20명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협동 로봇은 소기업의 근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으로 대두된다. 그러나 협동 로봇 도입에 앞서 로봇 사용법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니버설로봇은 신규 유니버설로봇 아카데미와 유니버설로봇 플러스를 만들었다.

람텍 직업 학교RAMTEC Career Center에서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는 유니버설로봇 UR
람텍 직업 학교RAMTEC Career Center에서 학생들에게 교육되고 있는 유니버설로봇 UR

유니버설로봇 아카데미는 유니버설로봇의 로봇에 대한 기본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는 무료 인터넷 강의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형식으로 실습 교육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한다.

미국의 최대 로봇 교육 기관인 람텍(RAMTEC)의 한 교사는 “UR 로봇 프로그래밍은 수준별 교육이 가능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은 지 단 몇 분만에 직접 프로그래밍을 짠다. 고등학교 수준으로 맞추어 학생들이 고급 동작 제어를 하게 할 수 있다.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데 관심 있는 현지 제조업체가 참여하는 성인반을 열고 이들을 교육해 어려운 내용도 소화할 수 있도록 하거나 생산 설정에서 즉석으로 로직을 조금 재조정할 수도 있게 만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유니버설로봇이 생각하는 자동화의 미래와 일맥상통하는 바다. 기술은 인간의 경쟁자가 아닌 인간의 조력자일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정민 기자 (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