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시장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수침체에 고도주를 기피하는 음주문화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위스키 판매량과 수입액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에 위스키 업계는 품종을 다변화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29일 한국주류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284만1155상자로 고점을 찍은 후 8년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판매량은 166만9039상자로 2008년보다 117만2116상자(41.2%) 줄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76만7243박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80만1349박스)보다 4.2% 감소했다. 9년 연속 판매 감소가 유력한 상황이다.
수입액도 계속해소 줄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위스키 수입액은 8026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4.8%나 줄어들며 맥주, 와인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브랜디 수입액은 182만 달러에 불과했다.
전체 주류 수입액은 맥주 소비 급증에 힘입어 4억9821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5% 증가했다. 2014년 처음으로 수입액 1억 달러를 넘어선 맥주는 2011년 33.6% 증가한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20%대 이상 고속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위스키 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된 시점과 비슷한 위스키 시장을 수입맥주가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회식 및 접대 문화가 줄어들면서 위스키 소비가 급감하는 대신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성에 따라 다양한 맛의 술을 선호하는 데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체 위스키 시장은 줄었지만 40도 미만 저도 위스키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4년 19만9714상자에서 2015년 37만7420상자, 2016년 54만9538상자에 이어 올해 5월까지 25만9732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 1~5월 월 평균 판매량은 각각 4만5795상자에서 5만1946상자로 오히려 늘었다.
이에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23일 저도 위스키 '윈저 더블유 아이스' 출고가를 2만2300원에서 2만540원으로 7.9% 인하했다. 1세트(BOX)도 6병에서 7병으로 늘리는 패키지 변경도 단행했다. 이는 일시적으로 시행하는 프로모션이 아닌 영구 변경으로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 저도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5년 출시한 제품으로 최근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30% 점유율까지 판매가 증가하며 저도 위스키 1위 '골든블루'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임페리얼 네온'과 '35 바이 임페리얼'로 저도 위스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도 연산 저도 위스키 '그린자켓'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최근 수년간 줄어들고 있지만 저도 위스키 시장은 증가하고 있다”며 “정통 스카치 위스키를 즐기는 고정층도 무시할 수 없어 국내 위스키 시장이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