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업무보고]산업부, 에너지 업무 '대선 공약대로'…탈원전 강행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초점을 탈원전·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맞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 그대로다.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에너지로 전환이라는 정책방향 아래 논란이 많은 탈원전을 강행한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 업무보고는 원전·석탄화력·신재생에너지 설비 계획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원전과 석탄화력은 신규 건설을 중단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오는 2030년까지 발전비중을 20%로 확대한다. 국가 주력에너지를 원전과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비즈니스로 일자리를 창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세계적 추세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여가고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에너지 늘려가는 국가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원전 정책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담았던 대통령 공약을 그대로 따랐다. 원전 감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경제와 산업 침체 우려와 관련해선 별도 활성화와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탈원전에 따른 산업 공백을 원전해체산업 육성으로 메울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하반기에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발족해 핵심 기술개발과 인력 양성에 속도를 낸다. 탈원전 정책에 반발이 거세지자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로 에너지신산업 2만8000명, 신재생에너지 4만6000명, 원전해체 3500명 등 총 7만7000여명을 예상했다.

석탄화력은 지난 정부에 수립된 신규 발전소 금지와 노후 발전소 10기 폐지 계획을 유지했다. 여기에 이번 정부에서 언급된 노후석탄화력 10기 조기폐지를 추진한다. 이 가운데 3기(서천 1·2호기, 영동 1호기)는 지난 6월 셧다운 이후 조기폐지 절차에 들어간 상황. 나머지 7기(삼천포 1·2호기, 보령 1·2호기, 영동 2호기, 호남 1·2호기)도 당초 계획보다 빨리 폐지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신규 석탄화력은 건설이 금지된다. 현재 건설 중인 사업은 LNG발전소로 전환을 유도한다. 가동 중인 석탄화력은 환경설비 개선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보급분야와 주체, 건설방식의 전환을 도모한다. 기존 신재생 발전 비중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폐기물 등 바이오매스 발전은 줄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를 키운다. 사업주체는 외부발전사업자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주민을 참여시킨다. 신재생 사업의 주민 수용성과 경제성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신재생 사업 발목을 잡는 입지 문제는 사업자별 개별 입지 확보와 계획입지 개발을 병행해 풀어나간다. 부처 간 협업으로 친환경 농장과 양식장, 유휴국유지를 활용해 대표 신재생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건물형 태양광(BIPV) 적용 등 틈새활용 공간을 발굴한다. 학교·농촌 태양광 등 정부와 공기업 주도 공동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기술 부문에선 신재생 효율 증대 등을 위한 핵심기술개발과 실증평가단지 구축을 추진한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에너지 분야에 적용해 신비즈니스 창출을 지원한다. 이를 미래 에너지사업 육성 기회로 활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에너지 부문 업무보고가 원전·석탄·신재생 분야에 집중되면서 LNG 발전, 자원개발, 송배전 계통확보, 전력시장 운영 등의 정책은 빈약했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이 제도·규제 개선 보다는 설비계획 정책 수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탈원전·탈석탄도 안전·환경비용을 시장에 반영해 사업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 아닌 정부 차원의 강제 설비제한으로 푼다. 지난 수년간 이슈화됐던 전력시장 발전·판매겸업 허용과 에너지공기업 상장 계획은 업무보고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문 정부는 기존 에너지신산업 보단 '미래에너지 전환'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원전과 석탄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구상했던 이전 정부와 다른 노선이다. 이를 두고 우려와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향후 정책추진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기존 경제급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국민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기회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