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일부터 100일 간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다.
개회식과 함께 정기국회 막이 오르고 교섭단체 대표연설(9월 4∼7일), 대정부 질문(9월 11∼14일), 국정감사(10월 12∼31일)가 차례로 이어진다. 국정감사를 전후로 법안 심사를 위한 상임위원회도 열린다.
100대 국정과제 등 대선 공약 실현과제와 개혁입법, 개혁법안을 두고 여야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국정 운영의 실탄이 될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도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상 초유로 4개 교섭단체 체제로 정기국회가 진행된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기국회 성적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강공을 예고했다.
◇통신료, 방송법 , 탈원전 등 곳곳 '지뢰밭'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문재인 정부 5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고 개혁입법에 총력을 쏟는다. 입법 성적표가 국정 운영 동력을 결정하는 만큼 핵심 입법 과제 통과를 위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야권은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내년 지방선거 선전을 위해 정기국회에서 존재감을 확인시킨다는 각오다.
야당이 여당의 입법과제에 제동을 거는 구도다. 민주당은 탈원전과 대입제도 개선, 권력기관 개혁과 부동산 대책 등을 10대 핵심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화에 나선다. 통신비, 최저임금 대책, 공공부문 일자리, 언론 공정성 실현, 공정과세, 건강보험 강화 등도 핵심 과제다.
언론 공정성 실현은 방송법 개정을 두고 벌써부터 총성이 오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사장 선임권이 있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한 '특별 다수제' 도입 여부에 신중론을 펼쳤다. 야권은 이를 '방송 장악 수순'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정기국회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부상했다.
대선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통신요금 인하를 두고도 마찰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저소득층·어르신 월 통신비 1만1000원 추가 인하와 선택약정할인율 2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관련 법안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2570만명에게 최대 2조2000억원의 통신비 인하 혜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과정위 소속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의원은 보편요금제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어르신 기본요금 폐지, 선택약정률 인상과 함께 보편요금제 인하를 동시 추진하면 가입자 유치와 관련해 과도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 “소비자 혜택이냐, 시장 질서 유지냐를 놓고 여야가 대립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소득층·대기업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놓고도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소득세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 적용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 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 신설, 기존 최고세율보다 3%P 높은 25% 적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은 이를 복지포퓰리즘 예산 확보 수단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여권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국정원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도 간극이 뚜렷하다.
◇'문재인예산' 두고 '쩐의전쟁'
여야는 입법전쟁에 이어 예산안을 놓고 2라운드를 들어간다. 정부는 429조원 규모 2018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복지 관련 지출을 크게 늘렸다. 복지 예산은 처음으로 전체의 3분의 1을 초과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사상 최대 폭으로 깎였다. 민주당은 '사람 중심' 예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가위질'을 예고했다.
여당은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서민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복지 재원을 과도하게 늘렸고 SOC 예산을 20% 삭감한 것을 문제삼았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하자 “SOC는 장기적 국가 및 국토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민간경제 활력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면서 “이를 줄여 복지 포퓰리즘 현금 나눠주기 사업에 충당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복지 관련 지출 확대로 의무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것도 쟁점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의무지출은 218조원에 달한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건강보험·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인건비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공무원 3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논란 거리다. 야권은 당장 내년에 8000억원이 드는데다 매년 임금인상률까지 고려하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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